[쌀람중동] 페르시아를 살린 지정학 - 2
쌀람중동-이란 편 두 번째 이야기
지정학적 시각에서 이란을 분석합니다.
이란을 문제적 국가라고들 합니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세계사회에 큰 소란이 일어날 때면 대개 이란이 껴 있으니까요.
의아하기도 합니다.
기원전 4세기 무렵부터 인류의 흔적이 지속돼 온 역사의 땅. 세계를 이끈 페르시아 제국의 자부심이 서린 이 나라는 언제부터 악의 축이자 문제적 국가가 돼버린 건지 말입니다. 또 한편으로, 주변국들의 적대감과 강력한 국제제재 속에서도 이란이 오늘날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그 힘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지금부터 지정학적 시각에서 이란의 속을 깊숙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혹시, 이 나라에 대해 이미 저장해 둔 이미지가 있다면 잠시 내려두어도 좋습니다.
이란 땅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산맥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방패이자 민족의 염원과 소망을 담아내는 역할을 했죠. 고대부터 이란인들은 산을 신성하게 여기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엘부르즈(Alborz), 자그로스(Zagros) 두 산맥이 이 나라를 대표하죠. 지난 편에서 엘부르즈를 짚어봤으니 오늘은 자그로스를 탐구해 봅니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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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부르즈가 이란의 북쪽, 수도 테헤란을 감싸고 있는 산맥이라면
자그로스는 이란의 서남부를 관통하는 산맥입니다. 이라크 국경에서 시작해 무려 1,500km나 이어지죠.
실크로드 시대 자그로스 산맥의 통행로는 중동에서 이란 고원을 오가는 소중한 루트였습니다.
다만, 길이 좁고, 경사가 워낙 급한 곳에 제한된 통로만 있다 보니 이곳의 주인인 이란은 자연스럽게 군사의 이동과 교역의 드나듦을 통제할 수 있었죠. 협소한 길목에 사람이 집중되면서 통행세가 생겼고, 그곳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한편, 이 험준한 산맥 사이 작은 틈에서는 각 민족/부족 집단들의 독자적인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외부 교류가 어려운 동시에 중앙의 통제권이 닿기 제한적이었다는 뜻이죠. 현대사에서 주목받고 있는 '쿠르드' 족을 비롯해 바흐티아리족, 루르족 등이 자그로스 산맥 속에서 부족 중심 사회를 이루며 자기들만의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란 소수 부족들에게 자그로스는 요람 같은 역할을 한 거죠.
또 한 가지. 자그로스 산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자원'입니다.
앞서 살펴본 북쪽의 엘부르즈가 농산물, 임산물을 주로 내주었다면, 자그로스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보고입니다. 산유국 이란의 첫째 둘째 가는 초대형 유전들이 바로 이 자그로스 산맥에 연결돼 있죠.
아바즈 필드와 마룬 필드. 흔히 아바즈 유전, 마룬 유전이라고 하는데요.
1953년 발견한 아바즈 유전은 이란에서 1위, 세계 5위권의 육상 유전입니다.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 75~80만 배럴(2025 기준)을 생산하고 있죠.
마룬 유전은 1963년에 발견됐습니다.
아바즈 다음 가는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유전으로 하루 생산량은 약 52만 배럴 수준이죠. 아바즈와 마룬 유전 모두 자그로스 산맥의 남서부인 이란 후제스탄 주에 위치합니다. 아바즈와 마룬 외 세계 10위권 유전에 속하는 가치사란 유전, 아가지리 유전 역시 자그로스 산맥을 따라 분포하고 있죠.
어쩌다 여기에, 검은 황금이 이렇게나 많이 묻힌 걸까요?
전문가들은 자그로스산맥 특유의 터프함, 즉 습곡 구조가 많다는 점이 자원을 풍부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습곡이란 산과 계곡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를 말합니다. 좁은 능선과 깊은 골짜기의 반복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Folded Structure
자그로스 산맥이 이런 습곡 구조를 띄는 것은 아라비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 때문입니다.
아라비아반도 지층판이 이란 고원판과 만나면서 → 서로 눌리고 접힌 결과 → 습곡이 형성됐고 → 그 압력에 내부 퇴적층이 눌리면서 → 석유와 가스가 잘 저장된 것이죠. 마치 두꺼운 카펫과 카펫이 서로 밀어내는 장면, 그때 생기는 주름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란이 산유국으로서 석유 장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그로스의 험준한 습곡이 존재했던 겁니다. 지속된 역경과 반복된 시련 중에도 이 나라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자그로스' 덕분이었는지 모릅니다.
▶ 비디오로 만나기: https://youtu.be/a2_axeRbXjM?si=MDpTBuSXezFSHhet
글 = 이상엽 ⓒ 3POINTS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