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Now] 말도 탈도 많은 호르무즈 해협의 정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속내를 들여다 봅니다

by 이상엽

쌀람중동 - 이란 특집

지정학적 시각에서 현재의 중동전쟁을 분석합니다


청와대2.jpg ⓒ 청와대

2026년 3월 5일. 대한민국 정부는 '에너지 위기경보 1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라고도 하는데요. 석유, 가스 같은 핵심 자원의 수급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합니다. 작년 2월 '국가자원안보특별법'과 그 시행령이 마련된 뒤 실제로 처음 가동한 사례가 됐죠. 가까운 주유소만 봐도 천 원 중반대에 머물던 기름값이 2,000원에 육박하는 것이 오늘의 상황입니다.


에너지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하는데요.

현재는 '관심' 단계로, 가장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의 분쟁이 전 중동으로 확전세를 띠고 있는 만큼 결코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상황관리에 나서면서 기름값 담합, 과도한 인상에 대해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 악화된다면 유가는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태도에 변화가 없고 이란이, 세계로 향할 유조선들을 기약 없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어있다면 말이죠.

치솟는 기름값 ⓒ 연합뉴스

Ⅰ. 호르무즈(hormuz)의 정체

최근 뉴스는 이란, 미국, 그리고 호르무즈 이야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해협입니다. '호르무즈'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어원이 있는데요. 이란에서 탄생한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이 지형의 특징입니다. 이란은 이곳을 어떻게 활용해 왔을까요?


지도를 보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건너편 이란의 남부 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튀어나온 뿔모양의 땅은 UAE가 아니라 오만의 영토죠. 오늘은 이걸 쉽게 '오만의 뿔' 지역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뿔 같은 땅과 건너편 이란 땅 사이에 끼어있는 바다. 그곳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 'Strait of Hormuz'입니다.

호르무즈해협.PNG ⓒ google
tempo.jpg 이란 남부 해안과 오만의 뿔 사이에 끼어 있는 호르무즈 해협 ⓒ tempo


해협(海峽)은 말 그대로 협소한 바다

즉, 호르무즈처럼 육지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양쪽으로는 넓은 해양과 연결되는 좁고 긴 해양 공간입니다. 육지 사이에 낀 바다. 이런 이유로 해협은 배들의 출입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병목, 일종의 톨게이트 같은 기능을 하게 됩니다. 지형적 특성이 지정학적 권위를 부여하는 셈이죠.


물론, 해협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요가 많아야 권위도 생기죠.

그럼 호르무즈는 어떨까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바닷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동의 석유가 바로 이 길을 통해 전 세계로 뿌려지기 때문입니다.


Ⅱ. 아시아의 기름 통로

석유수출기구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발표에 따르면

세계석유시장 규모는 하루 1억 배럴. 그중 호르무즈를 통해 운송되는 석유는 2,000만 배럴, 20%나 됩니다.


해상운송으로만 따지면 호르무즈의 비중은 더 크죠.

세계 석유의 60%가량이 선박으로 옮겨지는데, 호르무즈는 해상 석유운송의 절반 가까운 운송량을 담당하는 그야말로 핵심 경로입니다. 보통 하루 100여 척의 유조선이 이 무역로를 통과하죠.

Anadolu Agency.jpg 호르무즈를 떠난 유조선의 상당수는 아시아로 향한다 ⓒ Anadolu agency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중국, 일본, 인도, 태국, 필리핀 등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입니다. 우리가 쓰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서 오죠. 이 말은 호르무즈가 세계 각국의 산업, 외교, 안보 더 나아가 그들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길목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흔히 '초크포인트'라고도 하는데요.


관건은 그 목줄을 이란이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의 항구를 떠난 유조선은 아라비아반도와 이란 사이에 있는 페르시아만을 타고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 이릅니다. 석유가 밖으로 나가려면 이곳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이 바다는 이란의 손바닥 안에 있죠.


①이란 남부 해안선과 맞닿은 영해로서

②이란의 무력이 투영된 실효적 지배지로서 말입니다.


▶ 비디오로 만나기: https://youtu.be/OQ370RPLyTM?si=n-i5f_fbuDkC87cw

aurora-israel.jpg ⓒ aurora-israel

국제법상 호르무즈는 '국제 항로'입니다.

말 그대로 국제 항해에 사용되는 운송로로서 모든 선박에게 통항권이 주어지는 곳이죠. 그런데 그건 우리 모두가 선의를 가졌을 때, 외교적 균형이 유지될 때의 이야기고 지금처럼 중동 위기가 격화될 때면 국제 항로라는 평화는 순간에 사라집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은 자신들이 위협받을 때면 이 호르무즈를 봉쇄하고 세계의 선박들을 멈춰 세웠죠.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이란이 바다를 차단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소 의아하기도 합니다.

일단 육로도 아니고 바다라는 공간을 어떻게 한 국가가 봉쇄할 수 있는지. 또 호르무즈 해협 바로 위, 페르시아만에는 사우디, UAE를 비롯해서 여러 국가들이 얽혀 있는데 어떻게 이란에게만 이 바다의 패권이 쏠릴 수 있는지 말이죠.


그 의문을 해소하는 건 지정학적 특징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글 = 이상엽 ⓒ 3POINTS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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