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세상이 규정되는 원리(3) 실사례로 보는 ‘여론 주도’ 특성
이전 게시글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러하다. “YTN 기사 속 ‘협치’라는 표현이 민주주의 회복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론을 주도했다.” 이를 두고 단 한 문장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는 앞으로 새 정부 초기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정부 협력과 함께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를 과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즉, 협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이기보다, 그저 내란 종식과 협치의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정보성 기사에 해당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1)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이미 여론 주도의 특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보성 기사인 것처럼 느낀 독자는 협치의 필요성, 즉 기자의 주관에 자연스레 동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여론을 이미 협치의 방향으로 주도한 것이다. 사실은 이처럼 감춰진 주장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정보성 기사로 둔갑하여 더 교묘하게 여론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과 주장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실은 상업 광고를 목적으로 하지만 마치 일반 기사인 것처럼 위장하여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이용하는 ‘기사형 광고’도 동일한 맥락 위에 있다.
그리고 내용의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중대했다. 기자가 민주주의 복원이 현시점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면, ‘협치’라는 표현은 쓰기 어렵다. 이보다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작성했을 것이다. 그 한 문장 속에, 어쩌면 한 단어 속에 정치사 측면에서 중대한 함의가 들어있기에 이 해석은 결코 과하지 않다.
이러한 지적은 YTN 기사의 내용이 짧은 데에서 기인한다. 단 한 문장에서만 기자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을 길게 늘이면 기자의 시각이 더 잘 보이므로, 해석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즉, ‘협치’를 다루면서 내용이 더 긴 기사를 살펴보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머니투데이 기사이다.
(머니투데이 기사)
이재명정부 첫 與 원내대표에 김병기…'내란종식·협치' 딜레마 풀까
6.3 조기 대선으로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새 원내대표로 3선의 김병기 의원이 선출됐다. 이재명 정부의 1기 원내 사령탑인 만큼 내란종식과 민생회복, 경제 성장이라는 국정과제를 함께 추진하는 파트너로서 167석 과반 의석으로 이재명 정부 초기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싣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 동력은 뒷받침하면서도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정치 복원을 꾀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함께 출마한 4선의 서영교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는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20%와 의원총회에서의 소속 의원 투표 80%를 합산한 결과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후 소감을 통해 "내란 종식·헌정질서 회복·권력기관 개혁을 하나의 트랙으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또 하나의 트랙으로,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 재건을 또 다른 트랙으로 500만 당원, 167명의 선배·동료 의원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대한민국 재건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경제 회복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꼽힌다. 이 대통령도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추경을 시급히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후 국회의 추경 심사 과정에서 전폭 지원해야 한다. 추경 외에도 상법 개정 등 주요 민생경제 입법 역시 당면 현안 과제다.
개혁과 내란종식이란 과제를 추진하면서도 야당을 상대로 협치를 이뤄내야 하는 것은 김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제는 여당이기 때문에 밀어붙이기보다는 야당과도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내란종식도 중요한데 야당과의 (원활한) 협상이라는 목표와는 상충될 수 있어 이를 조정하는 일이 원내대표의 역할 아니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3선 의원도 통화에서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 테이블을 복원하는 일"이라면서도 "야당은 자신들을 내란세력으로 엮을까 걱정하기 때문에 이런 걸 잘 풀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167명의 민주당 의원들을 이끌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내 초·재선들이 많은데 여당이 됐으니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의견도 적극적으로 낼 것"이라며 "이 같은 여러 의견들을 잘 조율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여당이자 과반 의석을 가진 제1당 원내대표로서 국민 여론을 잘 살피고 주요 입법과제의 속도 조절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집권여당과 대통령은 때로는 몽골기병처럼 빠르게 국정과제를 수행하면서도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할 과제에는 속도를 늦추고 차분하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며 "집권 여당과 대통령은 '원팀'이므로, 개혁과제를 두고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원내대표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이 길어지니까 ‘협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자의 주관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보다 빠른 개혁 속도를 우려하는 논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인터뷰를 인용한 대목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당의 3선 의원 인터뷰를 기사에 실어, 원로 의원조차도 야당과의 협상 테이블 복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전달했다. 또한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할 과제에는 속도를 늦추고 차분하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박창환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신속한 개혁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내용이 길 때 주장을 알아차리는 건 비교적 쉽다. 하지만 우리는 기사가 짧을 때도 기자의 주관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머니투데이 기사뿐만 아니라 YTN 기사에서도 찾을 수 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여론 주도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다. 당연히 어렵다. 그러나 YTN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는 그 한 문장을 찾는 일이 너무나도 쉽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니, 당연히 본인이 썼으니까 어디에 주관이 들어갔는지 잘 보이겠지!”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문장은 상당히 의도된 한 문장이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실성과 비슷한 것이다. 상대가 직접 의도를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까지는 담보하지 않는다. 또한 상대조차도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도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김병기 의원의 수락 연설에는 ‘협치’라는 표현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내란 종식’이나 ‘개혁’ 같은 표현을 쓰는 등 협치와 반대되는 기조로 발언을 이었다. 이를 두고 ‘협치’라는 표현을 기사에 사용한 행위는 꽤 의도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삽입된 주관, 즉 명백하게 주장인 한 문장이라면 더욱 잘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YTN 기사)
이재명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에 김병기 의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사령탑에 3선 김병기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김병기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선에 나선 서영교 의원을 꺾고 집권여당의 새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라는 의원과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내란 극복과 민생 회복 등 개혁과제를 완수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는 앞으로 새 정부 초기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정부 협력과 함께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26년간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면서 '정보통'으로 불리는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 동작갑에서 당선돼,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습니다.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YTN 기사에서 그 한 문장을 제외한 나머지 문장들은 모두 사실일까? 다시 말해, 주관이 하나도 섞이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첫 문장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사령탑에 3선 김병기 의원이 선출됐습니다.’에서부터 이미 주관은 개입되었다. 김병기 의원 선출의 의미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원내사령탑’에 두었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는 또 다르게 쓸 수 있는 부분이다. 하필 이 기자이기 때문에 김병기 의원을 저런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문장 ‘김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라는 의원과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내란 극복과 민생 회복 등 개혁과제를 완수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습니다.’에서도 주관은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 수락 연설을 구성하는 많은 문장 중에서 중요하게 판단한 특정 부분만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는 다른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는 스스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김병기 의원의 원내대표 수락 연설 전문이다. 25년 6월 13일, 원내대표 선출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내가 기자였다면 어떤 시각으로 이 사안을 바라봤을까? 수락 연설 중 어떤 내용을 중요하게 판단했을까?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어떻게 작성했을까? 직접 고민해 보면서 저널리즘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해 보자.
(김병기 원내대표 수락 연설 전문)
혹시 당선될까 해서 소감문을 가져 왔습니다. 부족한 저를 원내 대표로 선출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경쟁을 함께 해주신 서영교 후보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립니다. 서영교 후보님께서 경선 기간에 해주신 좋은 말씀, 그리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제안들까지 모두 받아서 압도적 과반 직권 여당의 첫 원내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오늘 당원 동지들과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서 선출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가 되어 달라는 뜻일 것입니다. 당원 동지들과 동료 의원들의 뜻을 잘 받들겠습니다. 내란 종식, 헌정 질서 회복, 권력 기관 개혁을 하나의 트랙으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또 하나의 트랙으로,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 재건을 또 다른 트랙으로 500만 당원, 167명의 선배 동료 의원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대한민국 재건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아울러 국민을 대표하여 의정 활동을 하는 의원님 등 개개인의 성장을 힘껏 돕겠다는 약속도 꼭 지키겠습니다. 광장의 뜻을 이어받아 개혁을 완수하고, 민생 회복, 경제 성장, 국민 통합의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십시오. 늘 상의드리고 경청하면서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선일보 기사로 계속됩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글쓰기에 큰 힘이 됩니다!
1)‘기사는 오직 사실만을 전달한다는 통념’을 잘 반영한 단어가 ‘정보성 기사’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위의 맥락에서는 ‘사실만을 담은 기사’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물론 이런 기사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