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주도하는 언론 - 조선일보 편

2장 세성이 규정되는 원리 (3) 실사례로 보는 ‘여론주도’ 특성

by 승현

정말로 세상을 규정하는 언론


다음은 4월 2일자 조선일보 신문의 종합 5면 전문이다.

(조선일보 기사)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11차례 변론에서 증인 16명을 불러 신문하면서,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췄는지, 국회 봉쇄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윤 대통령도 8차례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지난 2월 25일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도 한 달 넘게 평의를 이어 왔다. 헌법 전문가들의 선고 전망은 엇갈렸다.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위헌이어서 만장일치로 파면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반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없으므로 기각 또는 각하”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래서 인용될 것]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인용’으로 전망하는 헌법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헌·위법”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만장일치로 파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법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에 대해 ‘정치인 체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실 관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야당의 입법 폭주와 부정선거 의혹은 국가비상사태로 보기 어려워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 정치 활동 금지를 적시한 ‘포고령 1호’와 국회의사당에 군대를 보내 국회 봉쇄와 해산을 시도한 점, 선관위를 장악하려 한 점 등도 위헌·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김선택 고려대 명예교수는 “포고령 1호는 역대 포고령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으로, 계엄 선포로 가능한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며 “국회 침탈이나 선관위 침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진에 침투해서 표적을 암살하는 공수 부대가 국회의사당에 내린 것만으로도 탄핵 요건이 충족된다”며 “군인 몇 명이 갔는지, 국회의원을 끌어냈는지 등은 의미 없고, 결국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군대에 출동 명령을 한 것 자체가 위헌·위법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계엄 당일 국민이 TV로 국회를 막는 군인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 등을 검증하려고 군 병력을 보낸 데 대해서도 김 교수는 “공정 선거 감시·관리 기구인 선관위를 부정선거의 원흉이라고 낙인찍고 군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며 “부정선거의 의심이 있으면 사법적 절차를 통해서 입증하기 위해 노력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인 체포’를 위한 체포조 운용 부분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은 재판관 나름으로 인식의 차이를 보일 수 있어서 별개 의견으로 적힐 수 있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명예교수는 계엄 전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문서로 해야 되고 국무회의를 거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부서(副署·대통령 서명에 이어 하는 서명)를 받아야 한다”며 “국무회의도 제대로 안 됐고, 부서도 없고, 계엄의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계엄 선포 후 국회에 통고하는 절차는 국회의 해제 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중요 절차인데 이를 생략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 때 이미 비상계엄이 불법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계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면, 총리가 가담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며 “계엄이 불법했다는 걸 전제로 총리의 가담 여부를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방승주 한양대 교수는 “쟁점마다 별개 의견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중대한 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8대0 인용으로 의견이 일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 교수는 “비상계엄을 정치적 반대를 물리칠 타개책으로 생각했다면 분명히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맞는다”며 “그런 목적으로 계엄을 했다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 교수는 “헌법 파괴 행위를 단죄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해서 윤 대통령의 헌법 파괴 행위가 용서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용 결정이 나온다면 처음엔 반발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헌법을 수호하는 일이기 때문에 순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래서 기각·각하될 것]
오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각·각하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법조인과 법학자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과정에서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탄핵 심판에 제출된 검찰 등의 수사 기록이 증거 능력을 갖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잘못이 일부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당시 국내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자 곧바로 해제했다”면서 “당시 계엄은 국민에게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당한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상황이 비상계엄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오롯이 대통령의 판단 영역이어서 헌재가 사후에 재단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엄 포고령에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에 대해선 “계엄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잘못이 있다”면서도 이 교수는 “해당 포고령 내용이 실현되지 않았고, 무고한 사람이 다치거나 정치인이 불법 체포되는 일도 없었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헌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배경으로 지목한 국회의 ‘입법 독재’ 문제도 같이 살펴야 한다”면서 “거대 야당의 줄탄핵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헌 문란 목적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목적이 강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용 대 기각이 4대4 정도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재판관들이 검경 수사 기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지를 두고 상당한 이견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5(인용) 대 3(기각)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검경 수사 기록이 별다른 이견 없이 증거로 인정됐지만, 이제는 형사 재판에서도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조서를 증거로 쓰지 못한다”면서 “형사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증거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대해 재판관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또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헌재 변론 과정에서 홍장원·곽종근 등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흔들리는 등 기각 결론에 부합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면서 “탄핵이 인용될 정도로 윤 대통령의 내란 의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변론 종결 이후 ‘홍장원 메모’ 필체 논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회유·압박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됐다”며 “탄핵이 인용될 경우 헌재가 이런 논란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탄핵 심판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많다”며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지 교수는 먼저 “국회가 탄핵소추 이유에서 내란죄를 뺀 것은 탄핵 심판의 핵심 사유가 변경된 것”이라며 “헌재는 심리를 중단하고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탄핵소추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홍장원·곽종근 등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흔들렸는데도 헌재가 급하게 변론을 종결했다”며 “심리가 미진한 상황에서 헌재가 억지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경우 향후 형사 재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 교수는 “헌재가 검경의 수사 기록을 무리하게 증거로 채택한 것도 헌법재판소법 위반이어서 각하 사유”라며 “윤 대통령 측이 공범 관계에 있는 군 관계자들의 조서 내용을 부인한 만큼 이 조서들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 교수는 “현실적으로는 각하보다는 기각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최소 2명의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선고일이 이례적으로 밀린 시점에서 등장한 다양한 예측을 잘 정리한 기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용을 예측하는 전문가 세 명과 기각 또는 각하를 예상하는 전문가 세 명을 기본 틀로 하는 이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전문가들조차 팽팽하게 다툴 정도로 치열한 논의가 가능한 문제라는 인상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즉, 이 기사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최후 변론이 끝나고도 한 달 넘게 선고가 지체되어 민감한 상황에서 계엄의 위헌성이 명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론을 주도한 것이다. 충분히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실제로 발행된 신문 지면을 봐야 한다.



좌우 대칭의 편집 방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두고 한양대학교 미디어학과 정준희 교수가 ‘박제해야 한다’고까지 강조한 이유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사 제목을 보자. 가운데를 기준으로 두 입장을 나란히 배치했다. 글자 길이도 고려한 것이다. 사진도 같은 방식으로 삽입했고, 사진 속 인물도 각각 세 명씩 두었다. 도입부는 사진 사이에서 중간 기준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도 역시 중간 선을 기준으로 거의 똑같이 구성되었다. 글자수부터 면적까지 형식적 균형성에 공 들인 기사인 것이다.


정 교수도 기각·각하 입장이 헌법학자 주류의 의견과는 달리 과하게 대표된 점을 꼬집었다. 그 또한 사력을 다해 사실을 왜곡하려 했다는 점에 실망했기 때문에 ‘박제’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을 것이다. 심지어 민주주의를 존재론적 기반으로 하는 언론이, 그중에서도 가장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 훼손 시도를 옹호했다는 사실에 허탈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긴 역사 때문에 이를 옹호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했을 때 ‘박제’라는 표현은 과하지 않았다. 적절했다.


선고일이 전례 없이 한 달 동안 미뤄지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언론만큼은 그저 현실에 종속되어선 안 되었다. 오히려 언론이니까 이례적인 상황에서 더욱 정론을 지켜야 했다. 언론이 정상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 수호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즉, 재판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적 차원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에 아예 매몰되어 버리는 일은 더욱 없어야 했다. 이보다 계엄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 12.3 계엄이 정치사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 정치는 어떤 지점에 와있는지, 앞으로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 본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에 집중해야 했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언론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론이 탄핵 심판을 중계하듯 보도했다. 마치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말이다.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


딱 두 문장으로 이번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조선일보 기사는 모두가 불안한 시점에서 민주주의 훼손을 옹호하는 여론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 행위는 그 자체로 자기 파괴적이었다.”


지금까지 언론의 ‘여론 주도’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YTN과 머니투데이 기사의 ‘협치’, 그리고 조선일보 기사의 ‘구조’가 어떻게 여론을 반동적으로 주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1장의 진보와 보수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정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이제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2장의 저널리즘을 알아야 현실 정치를 보다 다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 편에서 ‘언론인의 특성’으로 계속됩니다. 내용이 좋았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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