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세상이 규정되는 원리(6) 저널리즘과 시장논리
언론은 저널리즘이 아닌 시장 논리에 충실해서는 안 된다. 기사감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이를 기사로 만드는 전 과정에 개입되는 주관이 주로 시장 논리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진실을 찾기보다 돈을 버는 데 목적이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를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언론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시장 논리의 덫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 실각설이 이를 증명한다.
저명한 중국 전문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의 조영남 교수’는 2025년 초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시진핑 실각설에 주목했다. 미국과 일본의 매체와는 다르게, 이런 음모론이 정론지에 그대로 보도되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조 교수는 시진핑 실각설을 반박하는 데 집중했을 뿐, 한국 언론에 대한 분석을 따로 공개하진 않았다. 그래서 직접 조사해 보았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시진핑 실각설이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2024년 말부터 시진핑 주석은 군 기율을 정립한다는 목적으로 과감한 인사 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한쪽은 내부의 부패나 위협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다른 한쪽은 시 주석의 군 통제력이 약화된 것으로 본 것이다. 후자가 시진핑 실각설에 해당한다.
먼저 중앙일보다. 기사 제목은 ‘절대권력 시진핑 위태롭다? 측근 실종 뒤엔 장유샤 암투설’이다.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러하다.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제2부주석 허웨이둥의 유고는 장유샤 제1부주석이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도전한 결과이다.’ 즉, 장이 부상하는 반면 시 주석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4년 말 인민해방군의 기관지 ‘해방군보’를 보면 확신할 수 있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집단영도’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동시에 ‘군사위 주석 책임제’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시진핑을 ‘핵심’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적어졌다고 한다. 이를 두고 조영남 교수는 ‘완전히 잘못 읽은 혹은 고의로 왜곡한 결과’라고 비판했다.1) 실제로 24년 12월 해방군보의 사설은 시 주석을 철저히 대변했지만, 시진핑 실각설은 같은 내용을 두고도 인민해방군이 시 주석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처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해방군보 근거의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 오류
하지만 나는 이들이 조 교수의 말처럼 완전히 엉뚱한 추리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집단지도(영도)체제는 마오쩌둥의 1인 독재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체감한 덩샤오핑이 용퇴하며 확립한 유산으로, 최고지도자 한 명의 권력을 집단의 구성원으로 분산하고자 설계된 정치 체제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집단영도 표현을 시 주석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자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즉, 시 주석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숙청할 것이 아니라 공산당 구성원들과 집단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충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설 발행 6달 전인 2024년 6월 중앙군위 정치공작회의에서 시 주석은 군내 문제와 모순을 지적했고, 사령관 단독 결정이 아닌 각 부대의 민주적 의결과 집단지성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오히려 집단영도는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는 맥락을 무시한 채 단편적인 용어나 사실에 매몰되어 발생한 오류였다. 이 기사를 작성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유상철 소장이 중국 전문 기자로서 당당하고 싶다면, 즉 중국 정치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온 전문가로서 당당할 수 있으려면 이런 초보적인 거짓 정보에 넘어가선 안 됐다.
해방군보 근거의 정치 구조적 모순
진실에 도달하려면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하고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비교하여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적어도 기자는 그래야 한다. 조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실각론이 사실이라면, 시 주석은 정풍운동, 중장기 경제 기술 계획 등 대규모 국내 정책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고 트럼프와의 관세 외교, 글로벌 사우스 외교 등 중국이 직면한 거대한 과제에 치밀하게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2) 과연 실각론은 이런 반대 의견에 대답할 수 있었는가? 이어 그는 중국 공산당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수 없는 이유도 설명했다. 공산당 총서기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므로, 이는 본인이 본인을 몰아내는 꼴이며, 애초에 중앙군위 부주석이 중앙군위 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 즉 공산당 전체에 반기를 드는 행위는 대단히 무모하다고 말이다.3)
결정적으로 조 교수는 해방군보의 내용을 실각설에 부합하게 해석할 수 없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인민해방군 신문이 <헌법>과 <당장>이 규정하는 주석책임제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4) 중국의 정치 체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실각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여러모로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것이 완전히 잘못 읽었거나 고의로 왜곡하지 않으면 범할 수 없는 오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가 이 정도 확인 절차도 없이 한쪽 의견만을 덜컥 실었다는 생각에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기자로서의 부족한 역량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방군보 근거의 자체적 모순
따라서 연이은 숙청이 기율을 바로잡기 위해 이루어졌고, 그 일환으로 집단영도를 강조했다고 보는 편이 상식적이다. 세계일보 기사로 2024년 12월 9일자 논평과 2025년 1월 8일자 사설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2024년 12월 9일자 해방군보 사설
이런 상황에서 해방군보는 지난달 9일 ‘집체영도(집단지도)를 솔선해 견지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먀오화 실각 사실이 이례적으로 국방부를 통해 공식 발표되고 열흘쯤 지난 뒤 나온 이 논평은 “중대 문제 결정은 반드시 집단적 토론으로 이뤄져야 하고, 개인은 조직에, 소수는 다수에 복종해야 한다”며 “개인은 절대로 영도집단의 위로 올라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5년 1월 8일자 해방군보 사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8일자 1면에 ‘반부패 투쟁의 결심과 자신감을 한층 다지자’는 익명의 논평을 싣고 “군대의 부패는 용납될 수 없고, 위풍당당하고 문명화한 군대는 오염돼서는 안 된다”며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관철하고, 자신감을 다지면서 용감히 투쟁해 전면적 종엄치당 종엄치군(엄격한 당군 관리)을 견지하며, 반부패 투쟁을 심도 있게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을 간격으로 두고 발행된 두 사설은 실각론자의 시각으로 보면 서로 상충된 의견을 전달한 셈이다. 과연 해방군보의 논조가 한 달 사이에 정반대로 바뀐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실각설에 따르면 장유샤는 2024년 7월 중국 공산당 20기 3중전회 계기로 권력 역전에 성공하여 2025년 초중반까지는 그 기세를 떨쳤어야 했다. 적어도 두 사설이 작성된 24년 12월과 25년 1월은 장유샤의 부상기였다. 즉, 실각설이 맞다면 두 사설은 시 주석을 동일하게 비판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25년 1월 사설은 명확하게 시 주석의 반부패 투쟁을 지지했다. 그러므로 24년 12월 해방군보 사설도 시 주석의 부패 척결을 지지하는 맥락에서 ‘집단영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적어도 1월에는 실각론자들조차 스스로가 지닌 모순을 깨달았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12월과 1월 해방군보를 동시에 다루었음에도 중앙일보와 똑같은 오류를 저질렀다. 게다가 중앙일보 기사는 이로부터 3개월 뒤인 2025년 4월 19일에 발행되었다.
1)‘시진핑 실각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2025.07.),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퍼시픽 리트, 8p.
2) ‘시진핑 실각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2025.07.),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퍼시픽 리트, 4-6p.
3)‘시진핑 실각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2025.07.),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퍼시픽 리트, 7-8p.
4) ‘시진핑 실각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2025.07.),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퍼시픽 리트, 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