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이 조국 수호를 외칠까?

by 승현

우리는 기억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이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의혹들이 수십 개씩 떠올랐고, 단독과 속보를 단 기사들이 넘쳐 흘렀다. 당시 대한민국은 적어도 약 한 달 동안 조국 후보자 관련 소식으로 뜨거웠다. 정말 뜨거웠다. 뉴스든 검색 포털이든 어디든 조국이었다. 조국 이외의 다른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때 한 달의 인상으로 조국을 기억하고 있다. 피로할 만큼 혐의가 많았던 위선의 대명사. 하루 단위로 기사들을 살펴가며 이 격렬했던 사태 초반을 다음과 같이 직접 정리해봤다.


2019.08.09. 문재인 대통령 조국 교수 법무부장관 지명
2019.08.11. 조국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2019.08.12. 조국 후보자 사노맹 이력 논란
2019.08.12. 조국 후보자 선산 구입 목적 위장전입 의혹
2019.08.12. 조국 후보자 민간인 사찰 의혹
2019.08.14. 조국 후보자 민정수석 시절 사모펀드 75억 투자 약정 논란
2019.08.14. 조국 후보자 2주택 피하려 남동생 전처에 부동산 매도 논란
2019.08.15. 아내 정경심 교수 종합소득세 5차례 지각 납부 논란
2019.08.16. 조국 일가 웅동학원-고려종합건설 채무 면탈 위해 남동생 부부 위장이혼 의혹
2019.08.17. 어머니와 남동생 전 아내 간 위장매매 의혹
2019.08.19. 딸 조민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특혜 의혹
2019.08.20. 딸 조민 단국대 인턴십 논문 제1저자 특혜 의혹
2019.08.22. 딸 조민 단국대 인턴십 논문 제1저자 박사 학위 기재 의혹
2019.08.22. 딸 조민 조국 좌장 맡은 국제학술회의 인턴십 특혜 의혹
2019.08.22. 딸 조민 부산대 의전원 유급 위기 당시 이례적 전원 구제 특혜 의혹
2019.08.22. 딸 조민 공주대 인턴십 및 국제조류학회 초록집 이름 허위 기재 의혹
2019.08.22. 딸 조민 부산대 의전원 지원 전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변경 논란
2019.08.22. 딸 조민 한국물리협회 여성위원회 숙명여대 여고생 물리캠프 이례적 전원 수상 의혹
2019.08.22. 딸 조민 부산대 의전원 지원 자소서 내 고교시절 학생회장 이력 허위 기재 의혹
2019.08.22. 딸 조민 부산대 의전원 지원 자소서 내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분자인식 연구센터 연구 프로그램 부실 참여 의혹
2019.08.22. 딸 조민 고려대 지원 자소서 내 세계보건기구(WHO) 자격 조건 미충족 의혹
2019.08.22. 딸 조민 고려대 지원 자소서 내 국제백신연구소(IVI) 5박 6일짜리 탐방 프로그램 인턴십 과장 의혹
2019.08.22. 딸 조민 국제조류학회 정식 발표자 명단 부재 의혹
2019.08.26. 딸 조민 장학금 추천 교수에 부산대 의전원 고위 관계자 지급 방식 변경으로 인한 추천 사유 숙고 조언 의혹
2019.08.26. 아들 2011-2012 학교폭력 연루 의혹
2019.08.26. 딸 조민 서울대 관악회 장학금 2연속 특혜 의혹
2019.08.27. 아들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활동 부실 참여 의혹
2019.08.27. 아들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추가모집 선발 특혜 의혹
2019.08.27.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전원, 고려대, 사모펀드, 벤처업체, 웅동학원 등 20여 곳 동시 압수수색
2019.08.27.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09.02-09.03로 일정 합의
2019.08.28. 딸 조민 SCI급 논문 제3저자 허위 기재 의혹
2019.08.29.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사실상 무산
2019.09.01. 아내 정경심 교수 1990년 강원도 맹지 매입 투기 의혹
2019.09.02. 조국 후보자 무제한 기자간담회
2019.09.02. 아내 정경심 교수 초등학교 동창생 KIST 교수에 허위 인턴십 증명서 발급 사주 의혹
2019.09.03. 검찰 조국 사태 주요 관련자 전격 소환 및 추가 강제 수사
2019.09.03. 딸 조민 동양대 총장 표창장 특혜 의혹
2019.09.05. 딸 조민 1저자 논문 취소
2019.09.06. 조국 후보자 청문회
2019.09.06. 아내 정경심 교수 소환 조사 없이 표창장 위조 혐의 기소


이는 법무부장관 지명부터 청문회 전까지 쏟아진 의혹들이다. 이제 기억난다. 우리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 조국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분노하는 것조차 포기했었다. 이를 보고도 조국 대표를 옹호할 수 있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이들이라면 결코 그를 지지할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거북한 감정을 눌러두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보는 일이 정치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미 안다. 이들의 말도 막상 들어보면 그 속에서 괜찮은 가치를 또 찾을 수 있지 모른다.



이들은 더 큰 시각으로 이 사안을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더 큰 시각이란 의혹 하나하나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시점으로, 아니 그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힘으로 화려하게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검찰개혁을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 검찰이 막대한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검찰이 잘못된 방식으로 권력을 쓰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축적된 문제의식에 기반했다. 2008년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과잉 수사 논란부터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을 거치며 검찰의 선택적 표적 수사가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증언으로 이루어진 조서만으로 재판을 끌고 가는 방식, 떠오른 의혹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사건까지 무더기로 수사하여 기소하는 방식, 수사 내용을 기소 전에 검찰청 출입 기자에게 흘려 검찰에 우세한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부각된 것이다.


조국 교수는 분명 이러한 검찰개혁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 적어도 문 대통령에겐 그랬다. 그는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인생으로 보여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문 정부와 조국 후보자의 시너지는 검찰개혁을 결국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강력해 보였다.


이 맥락 위에서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를 보자. 그러면 조국 사태는 대대적인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이 이를 주도할 적임자인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한 사건이라고 규정해 볼 수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이는 인간 조국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도 문 정부의 검찰개혁 자체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조국옹호론은 조국 후보자의 수많은 의혹들이 그의 낙마를 목적으로 한 전례 없는 수준의 검찰권 남용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조국 교수가 유독 더러웠다기보다 검찰이 그를 유독 모질게 대했기 때문에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조국 사태를 두고 카메라 없는 구간에서의 과속까지 단속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그렇다면 조국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과연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붙일 만큼 거칠었던 것이 맞을까? 혹자는 이를 두고 ‘사냥’이라고도 표현할 만큼? 충분히 그렇게 볼 만하다. 먼저, 2019년 8월 29일의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청문회 전 검찰의 강제 수사가 이루어진 경우는 조국 후보자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청문회 이전인 2019년 8월 27일 검찰은 특수부 검찰을 비롯한 100여 명 이상의 수사 인력을 동원하여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사모펀드, 웅동학원, 벤처업체 등 20-30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1) 한 명의 후보자 검증에 이토록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조국 후보자 청문회는 그가 법무부장관에 적합한지 여부를 놓고 검증하는 자리이다. 다양한 평가 항목 중에서도 도덕성 검증은 법무부장관으로서 일을 하는 데 결격 사유가 없는지 판단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샅샅이 조사하여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전 의혹 조사도 당연히 이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증 수위는 이를 한참 넘어섰던 것 같다.


조국 사태도 처음에는 인사청문회의 목적에 부합하는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논문 표절 의혹, 사노맹 이력 논란, 특히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 본인과 직결된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조국 교수가 후보자로 지명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아내 정경심 교수로 수사망이 넓어졌다. 이는 곧 딸 조민, 어머니, 아들, 남동생, 남동생과 이혼한 올케, 5촌 조카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딸 조민에 수사 권력이 집중적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조국 후보자 본인이 사모펀드로 5촌 조카와, 위장 매매 의혹으로 전 올케와, 웅동학원으로 어머니와, 고려종합건설로 남동생과 엮여 있으므로 검찰이 오히려 꼼꼼하게 수사를 잘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을 보면 조국 대표는 자녀 관련 혐의와 나중에 추가로 기소된 감찰 무마 혐의 이렇게 두 가지 항목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결과를 알고 과정을 다시 보면, 검찰이 후보자 검증이라는 목적에 비해 과도하게 수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검찰이 조국 본인과 직결된 문제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하자, 주변인으로 수사망을 넓혔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는 결과론적인 해석이라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알기 전에, 조국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일 때도 예민하게 이런 부분을 포착할 수 있었더라면 더욱 괜찮지 않았을까.



한편, 이들은 조국 사태에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문제도 심각했다고 말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조국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 9월 9일 약 한 달 동안 7개 종합 일간지와 7개 방송사 기준 총 286.5건의 조국 관련 단독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하루에 대략 10개의 단독 보도가 등장한 셈이다. 진영 할 것 없이 진보 언론도 적극적으로 단독을 쏟아냈다. 한 인물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하루에 10개씩 등장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례적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조국 관련 단독 보도량


그만큼 취재 과정도 비윤리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채널A의 조국 장관 자택 생중계는 이를 단면적으로 보여줬다. 이들은 그의 집에 불이 켜졌다는 사실까지 보도했던 것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취재 윤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채널A 조국 장관 자택 생중계


검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언론을 꺼내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론의 조국 일가 관련 단독 경쟁은 검찰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했다. 언론도 단독 기사를 내어 조회수를 높이고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었다. 이 두 주체는 이렇게 연결된다. 실제로 이들의 단독 기사 출처는 알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유한국당과 검찰에 압도적으로 의존적이었다.2) 이렇게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언론 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띄웠다. 혹자는 이때를 계기로 뉴미디어 언론 생태계가 활성화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국 대표가 결국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에 처해진 것도 아니다. 동원된 검찰력에 비해 검찰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내로라하는 실력의 특수부 검사들을 포함하여 약 100여 명 이상의 수사 인력이 달려들어 조국 일가를 탈탈 털었고, 조국 대표 한 사람만 해도 12건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아내 정경심 교수는 15건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조국 대표는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으로, 아내 정 교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이 확정되었다. 두 사람 모두 자녀 입시 또는 장학금 문제에서 대부분의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이마저도 도덕 판단의 영역까지 법률이 무리하게 적용되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조국 대표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명 잘못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는 절차적 정의라는 것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소한의 절차가 지켜져야 기초적인 정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결과가 아무리 가치 있다고 해도 그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서로가 그 가치에 동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무리한 수사가 아무리 유의미한 결과를 내보였다고 해도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결함을 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검찰이 과했든 아니든 어쨌든 유죄 선고가 났으면 잘한 거지’라는 정의가 통하는 사회는 안정적이기보다 혼란스럽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은 조국 후보자의 의혹이 불어날수록 오히려 검찰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반인들과의 괴리가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의 혐의를 필요 이상으로 낱낱이 따지는 것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들의 입장도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은가?



1) 조선일보, <"조국 압수수색, 1주 전부터 준비"...수사지휘자는 '정유라 수사' 검사>, 2019.08.27.


2) 민주언론시민연합, <조국에 대해 언론은 무엇을 ‘단독’ 보도했나>,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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