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경제학 00: 연재를 시작하며
플라톤은 물리적 세계는 이데아(idea)의 반영(reflection)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이데아가 진정한 “현실 세계”이고, 그 “현실 세계”는 더 순수하고 더 단순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리적 세계를 더 강조했다. 물리적 세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접근은 현대 과학/공학의 기초이며, 이것이 없으면 암호화폐, NFT 및 메타버스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암호 화폐, NFT 및 메타버스에서의 상품 및 경제활동들은 물리적 세계와 유사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물리적 특성이 없기 때문에 특정 측면이 없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 있는 사람이 명품 브랜드 지갑을 구입한다고 생각해 보자. (많은 명품 브랜드가 NFT 시장에 뛰어들려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NFT를 실험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물리 세계의 명품 지갑에는 적어도 두 가지 특성이 있다. (a) 물리적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기능과 (b) 브랜드를 과시하는 기능이다. 메타버스의 명품 지갑은 과시하는 기능만 가진다. Meme jpeg 파일의 NFT는 또다른 극단적인 예이다. 파일 사용에 대한 독점 권한은 부여되지 않고, meme jpeg 파일을 “소유”(이 단어는 메타버스에서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한다는 사실만 표시된다.
물리적 세계에서의 상품과 거래를 이해하기 위해 개발된 경제 이론이란 물리적 세계의 단순화된 버전이다. 일반적으로 이론은 물리적 세계를 단순화하는 가정/공리로 시작하여 어떤 결과를 추론하고, 그 추론된 결과가 물리적 세계에서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정들은 때때로 너무 단순화되어 잘못된 예측이나 현상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세계의 많은 상품은 위의 고급 지갑과 같이 두 개 이상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명품 지갑의 과시적 기능을 무시하고 명품 지갑 시장을 모형화하려고 하면 모형이 시장의 어떤 현상을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치품은 더 비쌀수록 판매자가 더 많이 판매할 수도 있는데, 이런 현상은 사치품의 과시적 기능을 무시하고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은 이론가가 직면하는 이론의 단순성과 예측력/설명력간의 절충의 문제이다. 이론을 너무 단순하게 만들려고 하면 이론이 예측/설명에 실패할 수 있고, 더 나은 예측력/설명력을 갖도록 하면 현상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가 너무 복잡해질 수 있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메타버스의 상품은 물리적 세계의 상품보다 더 간단하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메타버스에서의 상품과 거래에는 단순화해야 할 부분이 적으므로 이론이 맞닥뜨리는 단순화와 예측력의 절충에 관한 어려움이 훨씬 작다. 이론은 더 단순화할 수 있고 더 좋은 예측력을 가질 수 있다. 이론과 현실간의 거리는 더 줄어들 수 있다. 메타버스 또는 보다 일반적으로 메타이코노미(암호화폐, NFT 및 메타버스를 둘러싼 현상)는 현실 세계보다 플라톤의 “실제 세계”에 더 가깝다.
이 연재의 출발점은 메타버스는 단순화된 물리적 세계이고, 따라서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메타버스에서도 작동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메타버스도 완전한 플라톤의 “실제 세계”가 아니기에, 위에서 언급한 단순성과 예측력/설명력간의 절충의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따라서 경제이론이 메타버스에서 얼마나 잘 작동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 연재는 기존의 경제이론의 기본요소들(예를 들어, 상품, 효용, 소유권)이 메타버스에서 잘 정의되는지와 기존의 경제 이론으로 메타이코노미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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