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어느 나른하고 포근한 오후. 아무도 없이 조용한 책방에 도어벨 소리가 들린다.
"어서오세요." 인사를 건네자, 막 카운터 앞에 선 할아버지 두 분이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주문을 한다.
"생강차 주세요."
할아버지들은 보통 주문을 하고 나면 바로 자리에 가시는데, 계속 서 계시길래 혹시 포장하시나 싶어서 여쭤봤다.
"드시고 가세요?"
"에?"
"드시고 가세요?"
"어! 뜨시게!"
드시고 가시냐는 내 질문에, 뜨시게(?) 달라는 경상도 할아버지의 귀여움을 나만 느낄 수 있었다니, 너무나도 아쉬워 글로 남긴다.
주문하신 생강차 두 잔을 건네 드리고 돌아오는데, 정량으로 만든 음료 두 잔을 두고 한참을 보시더니,
"이게 더 많다. 이거 니 무라."라며 친구에게 더 많아 보이는 한 잔을 건네신다.
한참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가시려나 했는데, 이후 말 한 마디 없이 생강차를 원샷 하시고는 카운터에 쟁반을 반납하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나가셨다. 이렇게 빨리 드시고 가는 할아버지도 참 드물고, 다 먹고난 후 쟁반을 다시 가져다주는 할아버지는 더 드문데, 빨리 드시는 데다 쟁반 반납까지 하시다니 정말 100점 만점에 101점인 '뜨시게' 할아버지다. 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