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두 분이 책방을 찾아왔다. 주문도 안하시고 바로 자리로 직행하시더니 서류를 꺼내들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신다. 10분이 넘도록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다리다가, "주문 하시겠어요?" 여쭤봤다. 서류를 들고 왔던 할아버지가 "나중에 할게요."라고 한다. 웃으며 "네, 이따 꼭 주문 해주셔야 해요."했다. 할아버지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잠시 후, 이야기를 마친 할아버지는 가지고 온 서류를 다시 봉투에 넣어 다른 할아버지에게 건네고서는 주문을 하러 왔다. 주문을 하고 나서는 '아까 그 말은 뭐냐, 사장이면 그런 말 해도 되냐'라는 말들을 하셨다. 종종 왔다가 자리만 이용하고 그냥 가시는 분들이 있어 말씀드린 것이라 해도 계속 화만 내셨다.
사실 "죄송합니다." 한 마디면 이 상황이 해결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순간부터 저 할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 그냥 자리만 잡고 주문은 당연히 늦게 하던지, 아님 안하겠지. 선주문, 선결제가 약속이지만 가끔 어르신들은 선결제에 익숙하지 않아 후결제를 하기도 하신다. 하지만 일행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고서야 모든 분들이 주문은 먼저 해주신다. 저 할아버지의 행동은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게 하려는 행동 아닌가 싶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나쁜 채 있었는데, 할아버지들이 자리를 마치고 나가셨다. 당연하게도 음료 반납은 절대 하지 않으신다. 투덜거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치우던 중, 처음 서류를 가지고 온 할아버지가 헐레벌떡 다시 들어와서는 서류를 두고 갔다하신다. 자리에 있는 서류를 가져다 드렸는데, 서류를 받으면서 또 다시 "아 내가 기분이 나쁘네."라고 말하신다. "네, 저도요. 저도 기분이 나쁘네요."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저렇게 기분이 나쁘다고 하셔도, 결국 음료를 안치우고 가도 되는(?) 이 곳에 다시 올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