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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 덕림씨 Sep 19. 2020

지방소멸이 아니라 국가소멸이라고?

10년 후 공무원 멤버십 토론에서 어공이 한 말...

한때 지방소멸이라는 화두가 세상을 흔들었다.  이런 화두가 가시기도 전에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놀라고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연속되면서 공직자에 대한 가치와 역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한 지방에서 '10년 후 공무원!'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20여 명의 공직자와 매주말 2-3시간씩 4주간의 커리큘럼을 마쳤다. 참여자의 열정은 뜨거웠다.  마지막 강의는 콜라보 섹션으로 어공(어쩌다 공무원) 3명을 초청하여 공무원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들었다.  상상했던 대로 충격이었다.  그중에 가장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멘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직자 여러분!

 '시민들은 봉급 주고 연금 준다' 생각합니다.

좋은 공무원이었다고 느끼게 하려면 정보를 주세요.

공무원의 역할은 큽니다.

그렇다고 영국처럼 한없이 늘리는 것 원치 않습니다.

이미 공공시설과 조직을 시민들에게 위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을로 대하지는 않았는지요?

재정이 바닥나면 국가소멸이 되는 시대입니다.

어떤 미래학자는 대학과 공무원이 가장 먼저 없어진다 했습니다.

공무원 스스로가 자존감이 없으니 갑질 하지는 않는가요?

내가 지자체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하세요?

그렇게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승진도 할 것입니다.

- 공직자 워크숍에서 어공이 한 발언-

그라운딩 멤버십 포럼 장면


이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면 크게 5가지 주제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무원의 역할

가장 먼저 공무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역할은 매우 크다 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걱정하는 것일까?  2016년 공직사회에 적극행정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62.1%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놀랍다.  나름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상당수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어공이 한 말 중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하자라는 뉘앙스보다는 '잘못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면 정보를 주고, 증거를 보여주라!' 한다.  최대한 빨리 공무원의 역할을 찾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위탁

국민은 '공무원 늘리고 싶지 않다'라고 한다.  그래서 공공시설이나 조직을 시민들이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공무원을 못 믿겠으니 국민이 직접 운영하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위탁하거나 관리를 맡긴 공공시설에서 근무하는 중간조직 근무자들에게 갑질 하지 않았는지? 묻고 있다.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관리 운영하는데 왜 갑질 하느냐? 는 것이다.  이래저래 공무원은 힘들고 두렵다.  개선방법은 단 하나다.  더 확산되기 전에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공무원 자존감

한때는 공무원은 죽어서도 직함을 쓸 정도로 우러러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무사안일, 철밥통, 늘공... 등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왜 이럴까?  전체 공무원의 문제일까?  아니라고 본다.  공무원 숫자가 많아지면서 일부 부도덕한 공직자들이 한몫을 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가에서 봉급 받고 일하면서 민간보다 왜 성과가 떨어지는 것이냐? 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무원을 다 바꿀 수는 없다.  한번 임용되면 평생직장처럼 여겨진 공무원!  학습하거나 교육밖에 없다.  스스로 학습하기 힘들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늦었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자.  그리고 하루빨리 공무원의 자존감을 회복하자.


공무원 일하는 방식

공무원은 일을 잘해도, 탁월한 성과를 내더라도 봉급은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창조적이거나, 혁신적으로 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감사나 조사에 시달리게 된다.  보도블록 한 장의 비틀림이나, 쓰레기통 하나 있고 없고 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공공의 일은 크고 적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불편이 있느냐? 없느냐? 가 훨씬 중요하다.  시민의식은 계속 높아 가는데, 공직자들은 2-3년마다 계속 순환된다.  그렇다 보니 일관성이 떨어지고, 표준이 사라진다.  위대한 전략은 순간에 나오지 않는다.  오랜 경험에서 쌓은 성공과 실패과정을 겪은 후 순간에 나온다.  그런데 2-3년마다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개미 쳇바퀴 돌듯이 그 자리에 맴돌게 되어있다.  일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신이 없으니 적극성도 떨어진다.  아마추어적으로 일 할 수밖에 없다.  세련되지 못한 시설은 늘어나고 이용자는 불편하다.  이 또한 국민의 신뢰가 쌓일 때까지 고민할 문제다.  


국가소멸

지방 소멸이라는 화두가 세상을 한참 동안 흔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국가소멸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공직자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지방이 소멸되면 국가가 나서서 회복시킬 수 있지만, 국가가 소멸되면 국제기구에서 가능할까?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일할 때 국가정원 유치 과정에서 느꼈다.  영국, 프랑스, 독일등 잘 사는 나라는 자기 나라 정원을 조성하는데도 우리가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낮은 필리핀이나 태국 등은 인력과 재정을 지원해 주었다.  결국 국가 간 경쟁은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오직 자존심 싸움이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솔직한 고백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공무원의 역할에서부터 국가소멸까지 ...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경제를 동시에 가장 빠른 기간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그 저력을 다시 발휘할 때가 왔다. 유능한 공직자와 지혜로운 국민이 많은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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