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나는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 의미 있는 질문이다. 지난 7월 한 지 방 도시에서 지역의 공무원을 위한 특별한 커리큘럼이 있었다. 공공기관이 아닌 지방의 문화기획자가 상상한 일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나는 연수원이나 지자체의 초청 강의는 하였으나 주말에 스스로 교육비를 내고 참여하는 강의는 처음이라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몇 주 지난 후 구체적인 방법을 위한 미팅이 있었다. 그리고 4주 과정으로 20여 명의 참여자와 주말에 2-3시간의 강의를 해야 했다. 한마디로 한 가수가 콘서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해야 했다. 좋은 점은 나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점이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4번이나 내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런데 의외로 주최자는 물론 참여자의 반응이 뜨거웠다. 오는 11월에는 2차강의를 기획중이다.
첫 강의는 10년 후 지역을 바꾸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다.(나머지 강의록은 다음에 남기겠음) 강의 시작과 함께 20명의 참여 공무원에게 질문했다. 여러분은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까? 두 가지 답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했다. 1번이나 2번 중 어느 곳에 손을 들까? 강의안을 작성하면서 여러 번 생각했다. 강의 당일 궁금했다. 생각대로 1번이 많았다. 솔직했다. 그러나 나는 2번! '일을 힘들게 하고 승진하고 싶다.'였다. 다시 말해 내가 목표한 일이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 추진하는데 힘들더라도, 이일을 성공시키고 나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승진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참여자들은 '일은 적당히 하더라도 승진만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표현에 오늘 강의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나 어쩌랴? 그렇게 해야 '일근육도 생기고, 승진도 뒤따르더라'는 나의 경험을 강조할 것이다.
왜 우리는 매사를 나는 적당히 하고, 열매는 내가 갖고 싶을까? 공무원이라고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사람이기에... 많이 떠도는 자기 개발서를 보면 대부분 '두 갈래 길이 있을 때 _ 일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남이 가지 않는 길, 힘들더라도 가치 있은 길을 가라'한다. 그런데 막상 일에 부딪치게 되면 남이 갔던 길, 힘을 덜 들이고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싶어 진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평생 힘들다. 나에게 부딪치는 일마다 힘들다. 그래서 매일 짜증이 나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힘들더라도,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일수록 나의 아이디어로 가치 있게 했을 때, 다음에 주어진 일들이 쉬어진다. 이렇게 스스로 근육을 키울 때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학습이 필요하다. 경험사례가 필요하다.
어느 지지체의 한부서의 하루 일과를 상상해 보자.
08:30분경 한 부서장의 출근.
회의 참석 자료 정리 중.
한직원이 자료를 건넨다. 'B부서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잘못 분류되어 우리 부서(A)로 왔으니 부서장 회의에서 돌려주라'라고 요구한다.
09:00 부서장회의.
잘못 분류된 서류를 B부서장에게 사유를 들어 넘긴다. B부서장은 '한번 분류된 것이고, 일정 부분 A부서도 관련이 있으니 A부서에서 처리하면 좋겠다'라고 얘기한다. A부서장은 '그렇더라도 B부서에서 처리해야 한다'라고 맏받아 친다. 서로 격앙된 대화까지 오간다. 회의 주제자가 나서도 해결이 안 된다. 하루 일과를 점검해야 할 소중한 시간에 너일 내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결국 두 사람은 해결도 못하고, 기분만 다운되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런 일들이 많다 보니 어떤 지자체는 '업무조정위원회'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잘못 분류된 서류를 넘긴 공무원이나 그것을 받아 들고 회의에 참석해서 따져 드는 간부공무원이나 1번(일을 적당히 하고 승진하고 싶다)의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남들이 하고 나만은 적당히 일하다가 승진은 반드시 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지? 상상이 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08:30 한 부서장의 출근.
부서장 회의자료 정리 중.
한직원이 자료를 건넨다. 'B부서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잘못 분류되어 우리 부서(A)로 왔으니 부서장 회의에서 돌려주라'라고 요구한다. A부서장은 넘겨받은 서류를 살핀다. '이서류를 보니, B부서의 책임이 60% 우리 부서일이 40% 정도 되는데 이번에 자네가 한번 처리하면 어떨까? 하다가 어려운 일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그러다 보면 자네의 일근육도 늘고, 더 큰 시야를 가지므로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하고 회의에 참석한다. 이렇게 하여 밀도 있고 효율적인 회의를 마치고, 그 직원의 능력도 키우는 계기를 만든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나의 방법은 2번이 정답이다.
젊었을 때 남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일근육도 늘고, 중요한 일을 한순간 결정할 때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저장한 용량의 크기에 비례하여 어떤 일을 결정한다고 한다.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사람만이 폭넓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공의 일들이 이렇게 결정될 때 한사람의 능력도 키우고, 조직의 업무효율도 상승하고, 시민들은 행복한 나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