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새 흑두루미! 세계평화 메신저로 나서다.
흑두루미는 행운, 행복, 가족애의 의미가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보내는 연하장에 두루미가 있다. 화폐에는 대부분 인물이 있지만 500원권 동전에는 두루미가 있다. 행운의 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되었다. 세계에 1만 마리밖에 없는 흑두루미는 시베리아 아므르 강변에서 번식을 하고, 한국의 순천만과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한다. 번식하는 시베리아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사랑을 나누는 순천만에서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우렁찬 울음소리는 천상의 오케스트라 화음 같다.
한때는 대구 금호강변에 2000여 마리까지 머물렀다 한다. 비닐하우스가 늘고,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모두 일본으로 날아갔다. 1996년 순천만 갯벌에서 최초로 79마리 발견되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서는 흑두루미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대체로 무관심했다.
2006년 순천만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전문가들과 수많은 토론을 했다. 한분이 '순천만을 흑두루미 눈높이로 디자인하라'했다. 무슨 말인가? 했다. 흑두루미가 싫어하는 시설물은 없애고, 흑두루미가 생활하기 좋게 복원하라는 것이다. 흑두루미는 전선줄을 보지 못해 다치거나 죽었다. 전봇대를 뽑기로 했다. 순천만 들판 90 헥타에 282개의 전봇대가 있었다. 한전에 협조를 요청했다. 재산이니 한주도 손대지 말라했다. 오히려 그 말을 듣고는 농경지 주변을 순찰했다.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음을 감지했다.
한전 규정을 보니, 농민이 '필요 없다고 신고하면 바로 제거한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농민 설득에 나섰다. '새를 위해 전봇대를 없애자'라고 하면 '사람이 중요하냐? 새가 더 중요하냐?' 할 것 같았다. 방법을 바꾸었다. '경관농업을 하려는데 가장 전봇대가 문제다.'라고 계획을 세우고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여한 60여 명이 동시에 성토를 했다. 난감하기도 하고 창피했다. 시차를 두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득했다.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전에 전봇대가 필요 없음을 신고하고, 전봇대를 모두 뽑기로 했다.
이 사실을 환경부에 보고 했다. 가장 먼저 환경부 출입기자들이 놀랐다. 사람을 위해 전봇대를 뽑는 경우는 있지만, 새를 위해 전봇대를 뽑는 일은 세계 최초 사례라는 것이다. 방송과 신문 출입기자 30명이 1박 2일 합동으로 취재를 왔다. 순천만 전봇대 제거 과정이 전국 뉴스로 알려졌다.
전봇대를 뽑은 90 헥타 농경지는 친환경 농법으로 추진했다. 농민들은 모를 심는 일까지만 했다. 그 후부터는 별도로 구성된 영농단이 관리한다. 물을 퍼주는 일도, 벼를 수확하여 관리하는 일도 영농단에서 한다. 볏짚을 남겨두고 벌래들의 서식을 돕는다. 겨울이면 철새보호를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자동차 불빛을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도 설치한다. 새를 위한 목욕탕도 만들고 먹이도 준다. 10년째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 새먹이도 주고, 흑두루미 쌀로 가공하여 판매도 한다.
사람들의 노력을 알기나 한 듯 흑두루미가 날로 늘었다. 2006년경 200여 마리인 흑두루미가 2012년에 700여 마리로 늘고, 지난해에는 3100마리가 찾아왔다. 세계에 1만 마리밖에 없는 행운의 새 흑두루미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가 일본 청년들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일본 청년들이여 일본을 떠나라. 중국이든 한국이든...' 그래서인지 흑두루미도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운이 밝다는 의미일까? 이제는 러시아-중국-한국-일본을 잊는 평화의 메신저로 흑두루미가 나선다 한다. 행운의 새 흑두루미의 고장 순천만! 흑두루미의 눈높이로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