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에서 공지영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정윤수 사형수와 문유정 교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문유정 교수는 어릴 적 겪은 성폭력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쓰레기’라고 칭하며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해왔고, 그녀에게 지친 가족들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하였다. 하지만 모니카 고모는 그녀에게 정신병원에 있는 대신 한 달간 자신과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그녀는 교화를 위해 교도소를 방문하는 모니카 고모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정윤수라는 사형수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꺼림칙함을 가지고 교도소를 방문했으나 정윤수 사형수를 여러 번 만나는 과정에서 문교수는 가정폭력과 가난으로 점철된 그의 삶을 보고, 아무도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는 냉담한 곳에서 자라온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마다 자신을 기다리는 정윤수를 보며 문교수 자신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그녀는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상황들을 보며 그가 살인자가 된 것은 오로지 그의 책임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를 ‘사형수 정윤수’가 아닌 ‘인간 정윤수’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 정윤수’를 사랑하게 되었다.
공지영 작가는 문교수의 생각과 심리변화를 통해 사형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들도 같은 인간이며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또한 정윤수 살인사건의 피해자 어머니가 김윤수를 용서하려고 애쓰는 부분을 통해 ‘용서’라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것이며 용서를 통해 상대가 참회하게 되는 이 과정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사형수도 ‘사람’이며,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읽으려고 하였지만, 나는 이 책이 신파적인 내용을 통해 사람들의 동정을 얻어 사형수들을 옹호하려는 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사형수’라 함은 타인의 살 권리를 강제로 침해한 극악무도한 범죄자이기에 교도소에서 벌을 받고,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사형을 시키는 것이 마땅하며, ‘사형수 옹호’라는 것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등한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가해자에게는 ‘용서를 구할 권리’가 있으며, 피해자에게는 ‘용서할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우리가 옹호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가해자가 집행되기까지 피해자가 복수심을 갖지 않도록 재판이 이뤄지는 시간 외에는 서로 만날 수 없게 해 놓았다. 하지만 일부 선진국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합의된 상태에서 직접 만나 가해자는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는 사과를 받고 용서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보편화 되어있는 제도는 아니지만, 이 제도가 시범 운영된 곳의 재범률이 극형을 가했을 때 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죄수의 인권 존중’이라 함은 단순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을 떠나 용서를 구하고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책을 읽었어도 모든 사람들에게 범죄자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이야기는 감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범죄자들에게도 용서를 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며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범죄자에 대해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대할 것인지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