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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Mar 01. 2024

함양 도하베이커리에 다녀왔습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분명 하나만 사려고 했다. 그러기에는 두 시간을 달려온 기름값이 아깝지 않은가? 4개 정도는 집어줘야지. 이 빵집은 비건이니 괜찮다. 그렇게 또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뤄졌다. 나의 다이어트를 실패로 만든 이곳은 경남 함양군 도하베이커리라는 곳이다.



빵집 창업은 하지 마세요

 삼일절, 주말 출근을 많이 하는 남편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드라이브라고 하기에는 왕복 4시간(남편 고생했엉^^)이 걸리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이니 그냥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함양에 위치한 '도하 베이커리'다. 이곳은 우유와 달걀 등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빵집이다.


 인스타를 통해 우연히 발견했다. 나의 손가락을 움직인 이곳의 매력은 지리산 시골 산골짜기에 있다는 점,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택배사업을 한다는 점, 사장님이 젊고 예쁘시다는 점이었다. 3월 1일인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선언했지만, 비건이기에 괜찮다고 합리화하며 아침 일찍 떠났다.


 가는데 길이 꽤 막혔다. 열심히 운전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옆에서 잠을 잤다. 눈을 떠보니 함양에 도착해 있었다. 잠도 잘 잤겠다 우선은 백반집에서 배를 채우고 후식을 먹기 위해 '도하베이커리'로 향했다. 시골에 위치해 있지만 2층 건물로 잘 꾸며진 빵집이었다.


 분명 하나만 사려고 했다. 그러기에는 두 시간을 달려온 기름값이 아깝지 않은가? 4개 정도는 집어줘야지. 이 빵집은 비건이니 괜찮다. 그렇게 또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뤄졌다. 그러나 정말 괜찮았다. 그 이유는 젊고 예쁘신 사장님과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도 빵집 창업 준비하고 있는데요.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DM 보내도 될까요?"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사장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셨다. 그리고는 "빵집,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는 빵집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요."


 하지 말라고 하시는 사장님. 주변에 빵집 차린 분들 문 다 닫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그렇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 빵집을 나왔다. 사실 어제 장비 컨설팅을 받고 온 후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제는 머리가 깨지리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하지 말아야 하나?'


 창업 자체에 대한 고민을 어제부터 했던지라 남편도 이런 나의 고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창업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예전에 하던 직장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님 제빵사로서 다른 빵집에서 일할 것인가?


 결국 답은 창업이었다. 왜? 내가 5년 다닌 회사를 퇴사한 이유에서 답이 있었다. 미래가 안 보여서였다. 이미 정해진 내 평생의 월급. 이미 정해진 내 삶의 프로세스. 이미 한계가 설정된 나의 삶이 싫어서였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그저 그저 안 가본 길을 가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이미 알고 있다. 두려워야 한다는 것을. 두려운 게 정상이고. 이 구간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이 과정을 뚫고 가야만 한다는 것을.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35살이 돼도, 40살이 되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지금, 진짜 미치게 두렵고 하나도 모르겠지만, 꾸역꾸역 가보겠다고 결심했다.




지금은 그래도 괜찮다. 내 옆에 나를 밀어주는 내 남푠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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