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보다 더 의미 있었던 시간
수원 행리단길 '소소한 오예'
지금 여기는 기차 안이다. 부동산 임장을 하러 경기도 수원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가는 길이다.
임장보다 가치 있었던 것
하늘은 참 무심했다. 몇 개월간 오지 않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새벽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왔는데,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덕분에 계획했던 코스를 전부 돌지도 못했을뿐더러, 돌았던 거리의 아파트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미끄러워질까 봐 걷는 내내 발만 봤을 뿐...
그렇게 우리의 경기도 임장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아무리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지만, 들인 비용과 시간이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원 구경이나 할 겸 행리단길로 향했다. 예쁜 카페들과 귀여운 소품샵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우리는 수많은 소품샵 중 2층에 위치한 소품샵에 들어갔다. 노란 간판에 '소소한 오예'라고 적혀 있는 이곳은 남편 지인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직장을 다니시면서 투잡으로 운영 중이신데, 개업 이후 처음 방문했다. 샵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놀랐다. 사실 2층이고, 주변에 샵들이 많아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던 우리... (도대체 우리가 누구를 걱정...!!??)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바쁘셨다. 직장을 다니시는 와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였다.
나는 백수인데, 창업하겠다고 해놓고 뭐 하고 있지? 나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제대로 몰입이나 하고 있나?
뒤통수 한 번 세게 맞았다. 문구를 한 바구니 사고 돌아가는 길, 우리는 약간의 멍 때림 시간을 가졌다. 현타가 온 것이다.
그동안 무기력했던, 게을렀던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쩌면 인생의 딱 한번뿐일 수 있는 이 시기, 정신 차리고 해 보자고.
비가 억수로 쏟아졌던 이번 임장길. 비록 아파트는 잘 못 봤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교훈을 얻고 간다.
P.S
요즘 드는 생각,
소중한 오늘 하루는 어떤 것을 느끼면서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