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에서 빵 팔아봤니?!
처음으로 판매자가 됐다. 내가 만든 빵을 가족, 친구, 지인이 아닌 낯선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판 첫 경험이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소비자의 길은 편하지만, 생산자의 길은 험난하다는 것이다. 낯선 고객에게 내 상품을 팔아보니 알겠다. "어서 오세요" 이 한마디가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고객 한 분이 구경 오는 것은 희망고문과도 같다는 것을. 웃을 일이 없어도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빵 장사를 하고 싶은 예비창업자이다. 집에서만 빵을 만들다가 우연히 사업자 없는 사람도 나갈 수 있는 플리마켓 장소를 찾게 되었다. 8월 17일, 아이들 물놀이장이 있는 어느 시골의 농원에서 쌀빵을 팔기로 결정했다. 행사 한 달 전부터 준비했던 이번 플리마켓, 결과는 망.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다 팔릴 줄 알았다. "오빠, 이거 양 너무 적지? 포카치아는 3종류로 각 16조각, 총 48조각 만들자", "포카치아만 팔면 넘 적지? 쌀소금빵이랑 러스크도 만들까?", "소금빵 30개, 러스크 30 봉지 하자" 고3 때도 안 새우던 밤을 행사 전날 밤에 새웠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플리마켓 장소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며 가판대와 파라솔을 설치하고 데코를 하며 우리는 직감했다. (이게 아닌데? 오늘 망할 것 같은데?) 그렇다. 망했다. 그나마 간식으로 소금빵과 러스크는 사가더라. 그러나 정작 팔고 싶었던 포카치아는 딱 3개 팔렸다.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첫 번째, 장소와 고객 설정이 애초에 잘못이었다. 이곳은 어린이들이 노는 물놀이장이다. 누가 한 여름에 물놀이하고서 퍽퍽한 빵을 먹겠나?! 음료수도 안 파는 가게인데!? 차라리 아예 간식류로 소금빵을 다양하게 만들어 올 걸하고 생각했다.
두 번째, 사람들은 '포카치아'라는 빵을 몰랐다. "포카치아? 이건 무슨 빵이에요?" 물어본 후, 사질 않더라. 그럴 만도 한 게 어설프게 생긴 낯선 빵에 도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4,5천 원 하는 빵을. 우린 생각했다. 1. 포카치아가 아니라 철판 피자라고 명칭을 바꿀 것 2. 포장지가 아니라 철판에 전시하는 등 누가 봐도 먹음직스럽게 디스플레이할 것.
세 번째, 판매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판매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나의 자아가 내향적인 데다 내성적이라는 것을 어느 때보다 잘 알 수 있었다. 기웃거리는 고객들에게 "어서 오세요. 한 번 구경하시고 가세요" 이 말이 죽어도 안 떨어지더라. 가판대에 20cm 정도은 와야 말을 걸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다음 세 가지 정도가 이번 플리마켓이 망한 이유이겠다. 1. 장소와 고객 설정 2. 메인 품목의 홍보 방식(포카치아라는 빵의 정체성, 디스플레이 등) 3. 판매자로서의 자질.
생산자로의 첫 경험. 생각보다 진짜 어렵다. 겨우 플리마켓이 이 정도라면, 실제 내 가게를 운영할 때는 얼마나 어려울까? 정말 뼈 때리는 찐 경험이었다. 비록 마이너스의 마이너스 장사였지만 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궁금하다. 과연 우리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