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또 Oct 10. 2024

우연히 빵이 잘 만들어졌습니다

이 기공 좀 보소

 "우아, 오늘 이거 진짜 맛있다. 어째 반죽부터 평소랑 달랐어." 오랜만에 만들어 보는 클래식 포카치아, 그런데 평소와 유난히 달랐다. 9월 내내 만들었던 포카치아들은 반죽이 이상했다. 빵은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서 똑같은 재료를 넣었다고 맛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 최상의 온도와 습도 때문이었을까? 최상의 결과물이 나왔다. 이 맛에 실패해도 빵을 계속 만드는 것 같다.



한 달을 실패해도 오늘 잘 나왔으니

 주로 만드는 빵은 담백한 유럽식 식사빵이다. 간식빵보다 단 맛과 자극적인 맛이 덜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그것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그런 빵이다. 이런 빵은 설탕과 유지류가 들어가지 않아 자칫 풍미가 없는 '무'맛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의 '담백함'이 좋아 이런 종류의 빵들만 고집하고 있다. 주로 포카치아, 깜빠뉴, 치아바타를 만들곤 한다. 오늘은 이 중 포카치아를 만들었다. 어떤 충전물, 토핑도 없는 플래인 포카치아다.


 사실 9월 내내 수분 조절을 잘못했는지 계속 반죽이 쳐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히려 한여름에는 얼음을 맘 놓고 넣어서 그런지 반죽이 잘되었다. 그렇게 반죽칠 때마다 안 좋은 상태만 봤었는데, 오늘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 실내온도 24.5도, 반죽온도 27도.


 보통 쌀가루(저자는 밀이 아닌 쌀로 빵을 만든다)는 밀에 비해 기공이 적고 부피감도 많이 낮다. 그러나 오늘의 결괏값은 밀로 만든 것처럼 기공도 많고, 부피감도 상당했다. 남편과 나는 지난 몇 개월간 만들었던 포카치아에서 보지 못한 결과물에 많이 놀랐다.


 하... 이런 뿌듯함. 정말 우연히 나온 이런 최상의 결과물은 그동안의 많은 실패들을 잊어버리게 한다. 왜 반죽이 계속 이 모양일까, 원인은 뭘까, 조정수를 조정해야 하나... 수없이 짜증 났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오늘로써 그런 날들은 무의미해졌다. 이러니 내가 계속 빵을 만들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 빵집 나도 열어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