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국 최고, 세계 최고가 아니라 평생 바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하는 것이 목표이다. 할머니가 되어도 빵 잘 굽는 제빵사가 되고 싶다.
빵 겁나 잘 굽는 할머니
쌀 치아바타 수업을 들으러 부산에 다녀왔다. 쌀로 하드계열 빵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부터 줄곧 한 선생님 수업만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클래스도 들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이제는 이 선생님한테서만 수업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 강의를 듣고, 빵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3가지 정도이다. 첫 번째, 클래스도 고객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 선생님 수업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클래스의 경우, 가격대는 비슷하나 수강생이 너무 많아 질문조차 맘 편히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클래스는 레시피에서 뽑아먹을 게 없었다. 굉장히 단순화된 레시피로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는 수업을 대충 하는 교수님 느낌이었다. 결국 단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두 번째, 머리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밀이 아닌 쌀로 빵을 만들고자 한다. 쌀은 밀보다 습기에 더 취약한 만큼 예민하다. 자칫 쫄깃을 넘어 떡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르방이다 폴리쉬 종과 같은 사전반죽이 필요한 빵을 만들고자 한다. 빵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하드계열을 선택했다. 오늘도 수업을 들으면서 어렵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 자체로 장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쉬운 건 누구나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 나만의 높은 장벽을 만들어야만 한다.
세 번째, 무조건 많이 만들고 자주 실패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은 떡도 하시고, 크루아상도 하시고 못 하시는 게 뭐예요?" 선생님은 이 일을 약 10년 정도 하셨는데, 본인도 엄청 많이 실패했다고 한다. 집에서 나오는 가루 쓰레기가 너무 많아 경비 아저씨가 눈치 줬다는... 여기저기서 수업을 듣고 그것들을 섞어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스승이 별개 아니라 많이 만들어 보면서 스스로가 스스로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고. 맞다. 쫄지말고 일단 하고 자주 넘어져야 한다.
오늘도 빵 말고도 많은 교훈을 얻고 간다. 나는 전국 최고, 세계 최고가 아니라 평생 바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하는 것이 목표이다. 할머니가 되어도 빵 잘 굽는 제빵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