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버터 만들기 클래스 듣고 왔습니다

마벨메종 버터클래스

by 또또

빵으로 시작했지만, 우리는 버터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버터라... 태어나서 버터를 먹어본 적이 사실은 없다. 아주 어릴 적, 팬에 마가린을 달궈 식빵을 구워본 적은 있으려나? (빵이 아닌 버터를 선택한 이유는 나중에 풀기로 하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버터를 알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취향으로 삶을 꾸며보기

우리는 버터 원데이 클래스를 듣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쿠키나 빵 클래스는 지방에도 많으나 버터 클래스는 없다. 이번에 듣는 버터 강의도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요청해서 열어준 강의였다. 그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았으나, 꼭 배워야만 했기에 신청했다.


장소는 커피 거리로 유명하다는 합정동이었다. '와, 여기가 서울이구나' 힙해 보이는 소품샵과 카페, 쿠키집들이 곳곳에 즐비했다. 그 사이에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이 있었다. 어떤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여러 쿠킹클래스를 들었지만 이렇게 대접받는 느낌의 클래스는 처음이었다.


우리가 앉는 테이블은 레스토랑을 구현한 듯했다. 예쁘게 세팅된 접시 위에는 수업의 설명서가 엽서 속에 고이 넣어져 있었고, 우리를 위한 오미자차가 있었다. 그렇게 (도착하느라) 지친 우리는 잠시 차를 마시며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임에도 이번 클래스는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도 버터였지만, 선생님이 지나온 발자취를 들을 수 있어 더 유익한 수업이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선생님 셋 뿐이어서 아주 편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선생님은 남편 고향, 그것도 동네분이셨다. 심지어 나이도 1살 차이! 약 10년 전에 서울에 올라왔고, 회사를 다니다가 요리 쪽으로 업을 바꾸셨다고 한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웠다기 보단 취미로 시작했고, 코로나 때 회사의 일이 없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취미가 본업이 되었다고 했다. 300만 원으로 시작한 이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교과서에도 나올 만큼 커리어를 쌓으신 분이었다. 클래스는 물론 케이터링 사업도 하시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원래 미술 쪽 전공이었고 이것을 요리와 융합해 새로운 음식을 만든다는 거였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떠올랐다. '점이 모여 선이 되듯이, 과거에 한 일들이 이어져 현재를 만들어 간다'


또 집 꾸미는 것을 좋아해 대학시절 원룸살이 할 때도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아 집을 인테리어 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남에 집에서 굳이 뭐 하는 거냐 하겠지만, 선생님은 이 '굳이'로 오늘의 집 1세대가 되었고, 말 그대로 취미로 돈을 벌 수 있었단다.


선생님은 인생 자체가 자기 취향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와는 달랐다. 서른인 이제야 취향을 찾고 있는 나와는 달리 선생님은 아주 어릴 적부터 자기 것이 뚜렷했다. 솔직히 부러웠다. 심지어 자기 취향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시기질투라기 보단 명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20대에는 돈을 벌고 불리는 데 집중했던 삶이라면 (물론 자산에도 신경을 계속 쓰겠지만) 30대는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워보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그 첫 번째로 버터와 빵을 선택했고, 이것들로 뒤덮인 나날들을 보내리라 결심했다.


취향이란 굳이 하는 것이고, 비효율이며, 그 자체가 낭만이다. 지금부터는 취향으로 내 삶을 꾸며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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