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글을 쓰려던 게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보고 주제를 바꾸었다. "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마라", "자식이 역경을 극복하는 순간이 부모가 자식을 인정하는 순간이다"라는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백수가 되자마자 연고도 없는 이 시골 구석에 와 있는 이런 나를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네가 알아서 잘하잖아
매일 부모님과 통화를 한다. 부모님이 너무 그리워서라기 보다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전화를 드리고 있다.(자칭 효녀인 나는 어머니 눈에 속눈썹이 들어가면 누가 빼줄까... 뭐 이런 걱정까지 한다) 오후 5시 40분, 어머니 퇴근 시간에 맞춰 전화를 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내가 앞으로 뭘 하든 나 믿지?"라고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네가 뭘 하든 알아서 잘하잖아"라고 대답하셨다. 잉? 엄마는 나의 뭘 믿고 이리 태평하실까? 내년이면 28살이 되는 백수인 나를 믿으시다니,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으신 어머니의 태도에 당황했다. 무슨 반응을 기대했을까? 나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나, 한편으로는 조금은 더 물어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어릴 적부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을 내리는 삶에 익숙해 부모님께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의지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내가 택한 것들이 best는 아니었어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기에 조용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힘들었어도 고향에서 부모님과 살면서 나쁘지 않은 보수를 받으며 회사 생활을 했었다. 이런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연고도 없는 경상도까지 오게 된 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다. 내년이면 정말 20대 후반에 접어들기에 아무리 경력이 있다 해도 백수생활이 길어지는 만큼 재취업이 힘들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나는 사실은 무섭다. 이런 하루하루가 처음이기에 나도 무섭다.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고 해결책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 내 인생이기에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이번에는 나도 확신이 없다.
나를 굳게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가끔은 나도 기대고 싶다. "엄마, 아빠 저도 무서워요. 이번에도 알아서 잘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