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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Sep 28. 2023

오늘은 전주에 있습니다

경상도를 지나 전라도로

 한 달 만에 가는 집. 나의 고향은 전주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짐싸들고 차에 올랐다. 다른 날이었으면, 다시 알람을 끄고 잠들었겠지만, 오늘은 한 번에 몸을 일으켰다. 나의 집을 가기 위해서.



멀고도 가까운 거리

 한 달에 한 번 고향인 전주에 간다. 대구 달성군에서 전북 전주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지도상으로는 선 하나만 그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이지만, 차로 약 170km를 달려야 닿을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정말 하나도 안 막힌다는 것이다(대구에서 전주 가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오늘은 추석, 새벽에 눈을 떠 전주 갈 채비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 나 홀로 부모님을 뵈러 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대구를 뒤로 하고 경상도와 전라도 중간인 함양휴게소에 잠시 머물렀다. 이쯤 오면 절반은 왔다. 그렇게 검정 하늘이 파란 하늘로 바뀔 때까지 다시 달렸다.


 항상 졸음과 사투를 벌이지만, 오늘도 무사히 살아서 도착했다. 오전 8시, 빵집에서는 한창 반죽기를 돌리고 있을 시간. but 오늘만큼은 고향에서 포도알을 따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이면 집의 온기를 잊어버릴 만한데, 매일 이곳에서 잔 것처럼 그저 편하다. 마치 1년에 한 번 만나도 편안한 그런 친구처럼.


 결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가? 요즘은 전주 집이 더 애틋하다. 이미 창고가 된 지 오래된 내 방이 이제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지... 그저 나는 이곳에 내가 없더라도 나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바로 옆에서 챙겨줄 수는 없어도 부모님이 항상 건강하게 계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 오늘과 내일, 겨우 2일 이곳에 머문다.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이곳에 있다 가겠다.




그런데 경상도와 전라도, 제발 교통 좀 어떻게 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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