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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Sep 27. 2023

포기하거나 강해지거나

'무거움'을 이겨낼 것

 반죽 배운 지 이제 10일 정도 되었나? 그간의 과정은 완전 스파르타식이다. 직장인들의 황금연휴기 전, 우리는 엄청난 빵들을 만들고 있고, 그 첫 시작인 반죽은 엄청난 양의 밀가루를 치대고 있다. 오늘은 팔목과 허리, 어깨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든 생각, 정말 간절하게 강해지고 싶다...!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럼 강해지는 수밖에

 반죽을 배우기 전, 대리님(남자분)께서 반죽 파트를 맡고 있었다. 당시 오븐 파트였던 나는 반죽 일이 쉬워 보였다. 통에 밀가루를 계량해서 믹싱볼에 넣으면, 믹싱볼이 알아서 돌아가고, 글루텐이 잡히면 반죽을 꺼내 둥글리고, 시간 되면 펀칭(반죽 누르기)하고, 시간 남으면 볼 설거지 하고...


 but 이건 해보지 않은 자만이,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밀가루를 계량하기 위해서는 바가지로 밀가루를 몇 번이나 퍼야 하고(무겁다), 믹싱볼을 끼우려면 들어 올려야 하며(무겁다), 많게는 14kg이나 되는 반죽을 꺼내야 했다(와 진짜 무겁더라). 이뿐이랴. 중간에 펀칭작업을 하려면 이 무거운 반죽을 누르고 둥글리고 냉장고에 넣기까지... 온몸에 힘을 안 줄 수가 없다. 무엇보다 큰 믹싱볼에 한가득 담긴 크림 반죽 등을 통에 담으려면 믹싱볼을 반죽 작업대까지 올려야만 한다(휴). 하루에도 수십 번 '무거움'과 싸워야만 한다.


 '무거움'과 마주칠 때마다 남자 직원들한테 부탁을 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 왜? 이건 내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원해서 반죽파트에 간 것이고, 무거운 것들을 들어 올리는 일도 내 일 중에 하나이다. 매번 부탁할 수 없는 노릇이며, 못하겠으면 포기하거나, 아님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강해지고 싶다. 남자의 힘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어진 일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는 강해지고 싶다. 오늘의 마지막 작업, 버터크림 만들기. 믹싱볼에 한가득 담긴 버터크림... 몇 kg나 되려나?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들어 올렸으나, 이건 도저히 안 되겠더라. 결국 대리님께 부탁을 드렸다. 차암, 남자의 힘은 얼마나 센 걸까? 그 무거운 걸 작업대까지 단숨에 들어 올렸다. 허무하고 스스로 짜증이 났다. but 이건 생물학적 차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에 신경 쓰려한다.



이번 추석 때에도 근력운동 강행이다!!! 버터크림 들어오리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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