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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Dec 13. 2023

제빵사는 캐롤을 싫어합니다

빵집에서 보내는 12월

 저녁 8시(참고로 출근은 아침 7시 반). 과장님이 물었다. "OO아, 오늘 운동 가나?" 오늘은 어깨운동을 하는 날이라 "갑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저녁 9시. 과장님이 다시 물었다. "OO아, 오늘 운동 진짜 가나?"...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그저 웃었다.



크리스마스 지옥

 나는 겨울에 캐롤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90년대 크리스마스 노래, 재즈 등 장르를 불문하고 모닥불이 떠오르는 겨울 노래를 좋아한다. 이제 12월이기도 하니, 빵집에서도 크리스마스 노래를 틀곤 한다. 그럼 모두 다 '이 노래 도대체 누가 틀었냐고' 역정을 낸다. 아직 빵집에서의 12월을 보내 본 적이 없는 나(10개월 차 제빵사)만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But 오늘, 나는 알았다. 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노래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말로만 듣던 '크리스마스 지옥'이 오늘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침 7시 반 출근... 저녁 9시 퇴근. 진짜 지옥이 시작되었다. 반죽 파트는 하루 종일 시트(케이크 빵) 돌리는 소리가, 오븐 파트는 하루 종일 타이머 울리는 소리가, 케이크 파트는 하루 종일 시트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 8시(참고로 출근은 아침 7시 반). 과장님이 물었다. "OO아, 오늘 운동 가나?" 오늘은 어깨운동을 하는 날이라 "갑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저녁 9시. 과장님이 다시 물었다. "OO아, 오늘 운동 진짜 가나?"...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그저 웃었다. 그리고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과장님의 어마무시한 경고가...


저녁 9시를 넘겨 퇴근하니, 운동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힘이 나지 않는다. 더 힘 빠지는 것은 내일도, 아니 12월 내내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퇴사할 수는 없는 노릇.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다 생각하고 즐기는(?) 수밖에! 그래, 12월의 빵집을 제대로 느껴보자!   




 일단은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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