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굳은 결심
저녁 즈음 비가 왔다. "오빠, 비 맞으면 안돼. 탈모 샴푸 사려면 돈들어.", "감기 걸리면 안돼. 병원비 들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이야기. 그렇다. 우리는 오랜만에 짠테크에 돌입하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예비남편의 가족 모임에 참여했다.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다들 반갑게 맞이해 주신 덕분에 즐겁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대가족의 정. 이렇게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모임을 무사히 마치고, 남편과 부산에 갔다. 신혼집을 마련한지 두 달이 되었으나, 아직 가구를 들여놓지 못 한 상태. 인테리어 컨셉과 몇 가지 가성비 좋은 가구들을 보기 위해 이케아로 향했다. 정말 다양한 가구들과 예쁘게 꾸며 놓은 방들. 돈만 많으면 이 모습 그대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인테리어에 눈이 좀 많이 돌아갔다.
이케아를 본 후, 맞은 편 롯데 아울렛에 밥을 먹으러 갔다. 하하. 명품백을 사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 비싼 가격의 음식을 행복하게 먹고 있는 사람들. 이 추운 겨울 등산복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드는 생각. '아니, 불경기라는데 도대체 저 사람들은 무슨 돈으로 저런 것들을 사지?'
예비남편과 나는 결심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단순 소비자가 되지 않기로. 당장의 소비욕을 참고 5년 뒤, 10년 뒤를 위해 자산과 창업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결심은 했으나, 마음 한 쪽에 스며드는 막막함. But 해야하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기에 독하게 해보기로 결심했다.
35살 즈음에는 양가 부모님께 맘놓고 용돈 챙겨드릴 수 있게! 지금 이 시기를 짜게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