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주행시험장(3)

여기는 저승으로 가는 하늘나라 고속도로인가요?

남양주행시험장

 90년대초 건설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남양시험장 (경기도 화성시)은 정식완공 1년전 94년부터 미국의 새로운 자동차 안전법규에 대응하기 위해 고속주회로와 ABS 제동시험로등 일부 노면만 새로운 시험들을 위해서 먼저 건설되었고, 여기에 컨테이너를 2개 가져다 놓고 법규관련 시험팀 일부인원만 울산에서 파견하여 시험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때는 남양시내에서 주행시험장 입구까지는 포장도 되지 않은 비포장길이었기 때문에 올갈때 마다 먼지가 심하게 발생하였다.

최고 시속 250km고속주회로로 들어가고 나오려면 안전에 대한 문제 때문에 언더패스 (도로아래로 터널형태의 입구)로 들어가 통제가 가능한 입.출입구 한곳만이 가능하였다. 입구에서는 안정상 이유로 차량들이 시험할 수 있는 댓수가 설정되어 있어 이를 초과하면 입구에 붉은 등이 들어오고 대기하고 있다가, 다른 차량이 나와서 파란등으로 바뀌면 들어가야 한다

이 당시에는 고속주회로가 제일 먼저 완공되어서 운영되었지만 입.출입 관리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상태였다. 주변에 나머지 다른 시험로 공사가 밤, 낮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서 고속주회로 가로등은 저녁내내 켜져서 불야성을 이루는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었다.

 5월쯤 어느날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안개가 낀 저녁이었는데 인근에 출장 왔다가 약간 음주을 하신분이 숙소인 남양시내 모텔을 찾아가다가 초행길에 길을 잃었는데 불들이 밝게 켜고 한참 공사중인 남양주행시험장이 남양시내인줄 알고 꾸역꾸역 찾아 들어왔고, 언더패스를 지나 고속주회로 안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이 당시에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아직 나오기 전이라 지도를 보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므로 이분은 이곳이 한참 새로 건설중인 현대차 남양시험장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아스팔트 4차로에 가로등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고속주회로를 인근 고속도로라고 생각하고 계속 주행하였는데, 다른 차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표지판도 없는 4.5km의 타원형의 주행시험로를 반복해서 계속 뺑뺑돌면서 주행하고 있었는데 가도가도 길이 끝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고속주회로는 도로가 길기도 하고, 회전하는 뱅크부 43도 경사로 되어 있어 핸들을 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회전이 가능한 곳이어서 계속 직진하는 것처럼 느껴져 원형을 고속주회로를 도는셈 이었다. 것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저녁 안개낀 고속주회로를 1시간 정도를 주행하던 중 어느순간 깜짝 놀라면서 "혹시 내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온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어서 주행을 멈추고 머리를 조향핸들에 들이 박으면서 울기 시작하였다. 머리를 핸들에 박을때 경적도 같이 눌려졌고, 이 경적소리에 인근에 야간 순찰을 돌던 경비원이 달려갔다.

차에 경비원이 후레쉬를 비추니 내리면서 하는말이 "여기가 저승인가요?" 였다. 

어처구나 없었던 경비원 아저씨에게 엄청난 꾸지람을 듣고 겨우 고속주회로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있는 원형 고속주회를 돌면서 나도 윈드노이즈 야간시험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표지판등이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번 잘못 들어오신 분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착각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5년 남양시험장이 정식으로 완공 된 후 표지판 과 보안시설이 잘 되어 있어 지금은 일반인들이 실수로라도 들어 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험장 완공전에 입구까지 가는 도로가 포장이 된 이후 연구소내 건물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됬고,  연구소 주변도 여러다른 상가와 공장들이 들어서 지금은 도시 한복판처럼 번화해지게 되었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하여 울산시험장에 이어 두번째 일터였던 남양주행시험장 이다.

                     (남양주행시험장 바깥 타원형으로 되어있는 도로가 고속주회로이다. 출저: H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