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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행시험장(5)

자동차 주행시험장 내의 동물들

by 좀 달려본 남자

시험장내의 꿩, 고라니, 가물치, 다양한 곤충들과 새


자동차 주행시험장은 개발시험을 위해 200km이상의 고속주행시험을 해야하므로 넓은 면적의 타원형도로로 되어 있고, 뱅크부에는 고속에서 핸들링이 가능하도록 4차로는 최고 43도의 경사각을 가진다.


거의 40만평에 가까운 주행시험장 안쪽 빈공간이나 도로가 아닌 곳은 갈대 숲으로 덮혀있고, 시험장 외곽에는 개발차량 보안을 위한 키가 큰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이 도로들 사이 공간은 넓은 수풀이 형성되어 있고 그속에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이런 동물들이 차량주행 시험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충돌을 하게되는 경우에는, 1대당 약5~6억원하는 개발시험시작차 (개발을 위하여 간이 금형으로 만든 시험차)가 크게 손상이 되기도 하고, 운전자도 사고에 의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과 비슷하다.


1980년말 입사 당시 울산 주행시험장은 약 40만평 규모였는데, 운전하면서 처음 본 동물은 이다. 꿩들이 시험장 안쪽 수풀에 알을 낳고 둥지를 틀고 살다가 가끔 시험로에 나타나 차량에 부딪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했다. 꿩은 처음에 날기 위해서는 일정한 이륙거리를 달려가야 하는데 워낙 차량속도가 꿩 속도보다 빨라 고속주회로에 나타나면 충돌하게 된다. 꿩의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200km이상 차량의 속도때문에 충격량이 상당해서 앞유리나 범퍼등이 크게 손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 당시 회사 앞 치킨 집에서 꿩한마리 가져오면 생맥주와 치킨 한마리와 바꿔 주겠다고 하였는데 웃픈이야기지만 실제로 바꾼 경우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동물은 고라니다. 작은 크기의 고라니라도 제법 덩치가 있기 때문에 차량에 손상을 많이주고, 사고로 흘러나온 붉은피가 섬찟하게 도로에 남게되어 가장 기피하는 동물이다.

보통 주행시험장에서 사고가 난 동물들은 주행시험장의 나름 형성된 샤머니즘에 의해서 먹지않고 그대로 묻어 주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90년대 초반 트럭시험을 하다가 시험로로 뛰어든 고라니와 충돌을 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운전자가 다른 동료들과 샤머니즘 룰에 따라 시험장 안쪽에 잘 묻어 주었다. 하지만 그 직원이 저녁에 퇴근하면서 다시 파내어이것을 집으로 가져가서 요리를 해서 먹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후 이 운전자가 시험을 하던 트럭에이 시험도중 엔진과열로 화재가 발생하여 전소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설마 고라니 때문에 생긴일이었을까? 하지만 왠지 찜찜하였다. 어떤 집단의 관습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동물그림.png

고속주회로를 주행하다 보면 잠자리등 곤충들이 앞 유리에 부딪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200kph이상으로 속도로 부딪히면 '퍽'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부서져 액체상태로 유리에 눌러붙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경우 와셔액으로 닦아내려고 해도 잘 안된다.

고급차의 경우는 벌레 닦임 전용 와셔액도 있으며 이 와셔액은 가격은 비싸지만 벌레가 잘 제거 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듯 하다.


90년대 중반 울산에서 남양 시험장으로 올라와서도 고라니들이 기승을 부려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일요일 해당경찰서와 합동으로 시험장내 수렵을 진행하여 고라니를 퇴치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모든 시험차량을 운행을 중지하고 하루종일 실시하였음에도 고라니는 계속 생존하여 종종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아쉽지만 2010년경에 시험장 중간에 있는 숲을 밀어내고 주차장을 만들면서 이런 해프닝은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자동차 남양주행시험장은 간척사업으로 방조제를 만들어서 오랫동안 물을 빼서 만든 지역에 건설되었다.

초기 건설 할 때 건물을 짓기 위해서 지면에 엄청나게 많은 시멘트파일을 밖아 넣어 땅을 다져야 했던 것도, 이전에 바닷가 뻘이었기 때문이다.

남양시험장 초기에는 중요한 법규시험을 위한 주행시험로 먼저 완공하여 차량시험을 진행하면서, 다른 설계동 건물공사가 후속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 시험장 곳곳에 아직 개발이 되지않아서 물 웅덩이가 많이 있었고 이곳에는 거의 팔 길이의 가물치들이 살고 있었다. 주말에 약간의 노력만 하면 가물치를 쉽게 잡아서 집에 가져가곤 하였다. 특히 가물치는 산모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여 산모가 있는 집에서 많이 가지고 갔다.

지금은 연구소 100만평 부지 모두가 건물이 들어서 이전의 웅덩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주행시험장내에 여러가지 건물중 높은 천청이 필요한 워크샵의 상단 유리창에 새들이 하늘로 착각하여 들이 받아 깨지는 일들도 발생하였다. 특히 서해한 갯벌부분에 먹이가 풍부하여 새들이 많았고, 높은 곳에 유리에 비친 하늘을 착각하여 들이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새가 죽어서 깨진 유리와 함께 낙하하여 죽은 경우 초기에 이런일 처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유리파손에 대한 책임을 새에게 지울 수 없어 총무팀 직원이 난감해 하였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주행시험장 주변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고 공존을 위해 서로 조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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