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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지니어(5)

인도 장티푸스 예방주사

by 좀 달려본 남자

(인도) 해외출장 가기 전 예방접종


2000년 초반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공장에서 쌍트르를 생산하고 있었고, 여기에 중형차량으로 쏘나타를 CKD (Complete Knock Down, 반조립제품 - 부품만을 수출하여 최종조립은 인도에서 하는 방식, 관세 및 값싼 노동력 활용목적)로 인도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하여 파워트레인센터 동력 부분 2명과 같이 팀을 이뤄 출장을 가게 되었다.

같이 출장 가는 두 분은 현지 주행상황에 맞게 (공기 중 산소농도, 연료의 질., 경사도로 비율 등) 엔진 ECU를 튜닝하여 최적화시키는 중요한 작업을 하고, 나는 현지에서 차량 실도로내구시험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아직은 인도공장이 가동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공장이 있는 인도 첸나이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였다.

그때는 회사에서 해외 출장지에 대한 안내를 해주지 않아 출장자가 알아서 이런저런 사전조사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같이 가기로 한두 명의 엔지니어들이 열심히 사전조사를 하더니 자기들끼리 보건소에 가서 장티푸스 주사를 출발 전에 맞았다고 했다.

나는 출장준비와 한국에서의 업무를 종결시키려고 정신이 없어서 떠나는 당일 공항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괜히 준비가 미흡했던 거 아닌가? 하여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였다.


다행히 인도에 도착하여 현지 공장 주재원들에게 물으니 주재원 중 아무도 인도에 오기 전에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이 없고 지금까지 장티푸스에 걸린 사람도 없다고 하였다. 안심은 되었지만 항상 현지출장 가면 그랬듯이 물갈이를 대비하여 생수로만 마시며 위생에 조심하였다.


출장이 2주간이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지 실차 실도로내구시험의 업무는 대략 이러하였다.

- 항공으로 한국에서 보내온 내구시험차량을 공항에서 인수

- 인도 현지 임시번호판 등록

- 시험차량보험가입

- 주유소 계약

- 현지운전사 면접 및 고용, 인도공장 경리팀 임금주도록 등록

- 영문 주행일지 제작

- 시험루트 3곳 설정 및 주행시간 확인

- 인도공장 매니저 내구운용 관리교육

- 현지 운전사 시험운행 및 루트준수 여부 직접 확인

- 출장 마지막날 현지 운전사와 저녁식사


공항에서 쏘나타 차량을 2대를 인수하여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차량이고, 번호판 없이 공장까지 1시간 동안 운전하여 왔는데 "번호판 없이 운전해도 되냐?"라고 공장담당자에게 물으니 "경찰에게 뇌물주고 알아서 몰고 오라"라고 하여 황당했으나 하여간 문제없이 잘 인수하였다.

그 당시 인도의 싼 물가 때문에 평소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요리 (예: 곰발바닥, 제비집 요리)와 인도전통 음식 (탄두리 치킨 등)등을 호텔에서 즐길 수가 있었는데, 고용한 운전사들과 마지막날 식사를 하려니 제약이 있었다. 그래도 운전사들이 천민계급이 호텔 식당에 출입이 안 되지만, 나와 함께 하는 조건으로 식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운전사들에게 돌아오기 전 조그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무엇을 해줬으면 좋은가?" 물으니 일요일 가족들과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극장표를 끊어달라고 하여 채 몇천 원 안 되는 비용으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감동받았던 것 같다.

정신없었지만 업무는 모두 잘 마칠 수가 있었다.

2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인도 첸나이에 갔을 때 호텔비가 한국보다 더 비싸서 놀랐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염병 예방접종을 하고 나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도착 첫날부터 동력 부분 두 분들이 열이 약간 나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고, 설사를 하기 시작하여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업무는 거의 진행하지 못한 채로 호텔에서 '끙끙' 앓다 돌아올 때쯤 핼쑥한 모습이었지만

겨우 회복이 되어 귀국할 수 있었다.

못다 한 업무 때문에 추가로 다른 엔지니어 한분이 한국에서 다시 출장 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어떤 때는 아는 게 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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