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의 딸 인스타그램
요새는 SNS가 아무리 널리 퍼졌다 해도 아기들 사진을 왜 그렇게 많이 찍는지 모르겠다.
내 딸의 딸이 태어나자마자 병원 신생아실에서부터 사진을 찍어 대더니 생후 40일, 50일, 60일... 매 십일 단위로 이불에 표시를 해놓고 사진을 찍고, 급기야는 100일에는 드디어 무대까지 만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이때 별도로 사진관에 데려가 아직 아기에게 온갖 옷을 입혀 놓고 사진을 또다시 찍었다.
아마도 유튜버인 내 딸이 자기 SNS에 내 딸의 딸 사진을 올리는 목적도 있고, 그 사진을 보여주고 주변에서 "니딸 예쁘다" 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사위는 한술 더 떠 내 딸의 딸이 커서 아이돌이 될 것이라서 어릴 때부터 사진관리를 해야 한단다?
내 딸이 유튜브 인플러언서로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이상 되는데, 어찌 되었든 내 딸의 딸의 사진을 태어날 때부터 별도의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하였는데 팔로워가 8,600명 정도 된다.
이것뿐이 아니다. 내 딸의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을 가지는데 그 당시 태어난 4명의 아기의 엄마의 모임으로, 처음에는 엄마들끼리 모이더니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정해 놓은 사진관으로 자기네 아기들을 데리고 가서 같이 사진 찍었다. 유치원동창도 아닌데.. 요란하다.
나는 아기들이 사진 찍을 때 이상한 옷 입혀놓아 불편해하는 것 같고, 낯선 곳에서 포즈 잡느라고 고생하는 거 같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사진 찍을 시간과 정성이면 가능한 내 딸의 딸 한 번 더 안아주고, 아직 기어 다니면 이런저런 것을 호기심 있어하는데 좀 더 같이 놀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오랜 시간 동안 사진을 찍고 나서는 바쁘다고 아이 맡기고 가버린다. 세대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므로 그냥 보고 있는다.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자기가 생활했던 우리 집은 없고 예쁘고 멋진 사진관 속의 궁전이나, 예쁜 카페의 멋진 장식물에서 촬영한 사진만 보인다. 여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없다.
내 딸의 딸이 먹었던 분유, 젖병,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유모차, 놀았던 거실등을 찍어서 나름대로 남기기로 했다. 나중에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파일을 만들어 보관해 두었다가 보여주려고 한다.
SNS에 있는 예쁜 곳에서 애기시절을 보낸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거실을 점령하고 살았던 정겨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