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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7)

차량에서 발생하는 냄새들(3)

by 좀 달려본 남자

역발상 바이오필름으로 에어컨 냄새를 개선하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냄새들(1)'에서 언급한 것처럼 4000여 명의 설문조사로 차량 냄새의 종류들을 조사했고, 가장 고질적인 냄새가 에어컨 에바호스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냄새'임을 확인하였다. 발생메커니즘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3년이 걸린 연구에도 에어컨냄새를 시스템 재현시험법개발에는 실패하였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냄새들(2)'에서 언급했듯이 2년 동안의 추가연구로 냄새 발생 메커니즘이 명확히 규명되었다. 공기 속에 곰팡이나 세균이 에어컨 에바코어 (냉매가 지나가는 파이프) 표면에 생기는 응축수에 부착하게 되어 세균이나 곰팡이의 군집체를 형성하고, 선점한 것들이 외부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바이오필름을 형성하는데 이 필름을 '폴리사카라이드'(사람의 이에 생기는 치석과 동일)라고 부른다. 바이오필름 안에 있는 이 군집체를 형성한 세균과 곰팡이가 신진대사를 통한 배설물에서 나오는 가스가 에어컨 냄새 악취인 것이다. 그리고 에어컨 시스템시험에서 재현이 안되었던 것은 곰팡이와 세균의 먹이인 탄소 (자동차 배기가스)를 제공하면서 재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3.png

에바코어를 기울여서 물을 쉽게 떨어지게 하고, 에어컨 정지후 히터로 에바코어 물기를 제거하는 로직을 적용하여 어느 정도 효과는 보았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되지 않았다.

에바코어에 바이오코팅을 제거하기 위해 오존살균 혹은 은(Ag) 코팅등을 진행하는 해보았지만 잠시 효과는 있었으나 얼마 후 다시 냄새가 나기 시작하여 실패하였다.


세 번째 이야기...

개선안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계속되었다.

수년간의 연구로 밝혀진 사실은 152종의 미생물을 에어컨 에바코어에서 찾아내어 배양한 결과 악취미생물 21종, 무취미생물 18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고차량을 조사할 때 나온 결과는 모든 차량에서 에어컨 악취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악취미생물이 선점하여 바이오 필름을 만든 차량에서만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하였고 무취미생물이 선점한 차량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림2.png


차량 에버코아에 배양한 무취미생물을 새 차에 미리 발라서 바이오필름을 만들어서 양산하면 에어컨 악취가 없는 차량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우리나라에서 세균 및 곰팡이를 다루는 연구소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최고의 실력을 가진 대학교에 시험을 의뢰하였다.

대학교에 의뢰하여 무취미생물 11개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3개를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를 추가하는 형태로 통계적으로 163개 조합을 만들어 배양시험을 진행하였고 냄새여부를 확인하였다.

이중 완전하게 냄새가 발생하지 않는 조합 45개를 확인하였는데 7개의 미생물을 조합하여 만든 것도 15개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다음은 이 무취조합에 대한 인체 안정성 검증이 필요하였다.

지속적으로 공기순환이 되는 에어컨인 만큼 사람에 무해한 지를 확인하는데 또 다른 몇 해동안 토끼시험등 여러 가지 검증을 거친 후에야 인체에 무해한 바이오 코팅을 만들 수 있었다.


그다음은 이 코팅을 실제 차량의 에바코어에 발라서 90일 이상 생존하면서 바이오코팅 형성하여 다른 악취 미생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를 확인하는 시험이 실차에서 진행이 되었다. 수십대 차량에서 내구시험을 2년 동안 진행한 결과 전혀 에어컨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였다.


모든 검증이 완료되었음에도 곧바로 차량에 적용되지는 못하였다.

안전성이 검증이 되었다 해도 이것을 적용하는 설계자 입장에서는 세계에서 최초로 사용하는 기술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혹시 모를 문제에 대한 검증을 더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주저주저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는 중 인도공장에서만 생산하는 차량에서 20%가 넘는 에어컨 악취로 claim이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자 다른 대안이 없었던 만큼 일단 인도에 먼저 적용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20%에 육박하던 클레임문제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냄새 개선효과를 보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후 다른 개발차량에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적용 후 수년이 지났음에도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원인에서 개선안까지 15년이 걸린 연구결과이었고 팀장이나 조직장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처음 시작한 한 엔지니어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수행한 결과였다. 인내의 승리였다. 이러한 작은 승리들이 모여 세계 3위의 자동차회사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엔지니어는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개 'Spot'에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냄새센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ro.jpg (보스턴다이나믹스 'spot'에 냄새센서 개발 중 - 네이버 사진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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