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래 모빌리티 (5)

차량에서 발생하는 냄새들 (2)

by 좀 달려본 남자

밝혀진 차량냄새의 메커니즘


'차량에서 발생하는 냄새들(1)'에서 언급한 것처럼 4000여 명의 설문조사로 차량 냄새의 종류들을 조사했고, 가장 고질적인 냄새가 에어컨 에바호스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냄새'였다. 발생메커니즘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차에서 발생하는 에어컨냄새를 재현 시험법개발은 실패하였었다.


일단 시작했는데 일본 도요타자동차처럼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2년을 추가로 연구한 끝에 세계최초로 에어컨 냄새의 발생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었다.


밝혀낸 메커니즘을 보면 공기 속에 곰팡이나 세균이 포함되어 있다가 에어컨 에바코아 (냉매가 지나가는 파이프) 표면에 응축수 때문에 부착하게 되는데 이게 반복되면은 선점한 세균이나 곰팡이의 군집체를 형성하게 되고,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내부에 수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바이오 필름을 형성한다. 이 필름은 제거가 불가능한 불가역적 필름으로 이를 '폴리사카라이드'라고 부른다.


이 군집체를 형성한 세균이나 곰팡이가 신진대사를 통한 배설되는 가스가 에어컨 냄새인 것이다.



이 필름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에바코아가 표면이 깨끗해 보여도 바이오 필름이 형성되어 있어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이빨에 있는 '치석' 또한 동일한 바이오필름인 '폴리사카라이드'이고 쉽게 제거되지 않아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으로 제거하 듯이 이 필름도 한번 붙으면 제거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모든 차가 시간이 지나면 폴리사카라이드 형성된다고 하는데 왜 어떤 차는 에어컨 냄새가 나지 않을까?


차량 에어컨 에바호스에서 채집한 곰팡이와 세균을 분리하여 배양해 보니 냄새나는 미생물 26종, 무취 미생물 11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에바호스에 어떤 미생물이 먼저 선점하여 바이오 필름을 형성하는가에 따라 냄새가 날 수도 있고, 냄새가 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복불복이었던 것이다.

이 냄새는 에어컨 필터로 걸러질 수 없는 것이었다.


발생메커니즘이 밝혀지니 에어컨시스템을 차량처럼 꾸며놓고 냄새를 재현하는 장치를 만들다 실패한 원인도 찾았다.

곰팡이나 세균도 물만 먹고는 못살았던 것이다.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가스에 포함된 '탄소'가 세균군집체의 먹이였던 것이다. 에어컨시스템에서 차량에서 포집한 매연가스를 공급하였더니 차량에서 나는 에어컨냄새가 드디어 재현이 되었다.

여기서 힌트를 주자면 우리가 차량실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향제가 어느 정도 냄새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성분은 '탄소'이다. 즉 바이오필름의 먹이인 것이다........


냄새 평가하는 방법을 조사하다가 한국, 일본 회사와 과 미국, 유럽회사와 차이가 있음을 알고 고개를 끄떡였다.

차량 에어컨냄새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시스템시험법이 생기니 몇 가지 개선책을 만들 수 있었다.


에바호스에 물이 머무는 시간을 적게 해야 바이오 필름을 만들 시간을 줄여 냄새를 안 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에바호스를 수직에서 약간 기울여서 장착되게 설계하여 물이 쉽게 흘러내리도록 하였다.

다른 방법은 에어컨을 끄면 자동으로 약 1분여 시간 동안 에버호스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 호스표면의 물을 날려 보내도록 하는 아이디어였는데, 두 가지 모두 적용하여 큰 효과를 보았으나 하지만 근본적인 에어컨냄새를 안 나게 하지는 못하였다.


대외적으로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험 엔지니어들의 마음속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고장문제뿐 아니라 차량의 감성문제 개선에서도 세계적으로 선두로 나서는 순간이었고, 이후 이 내용들은 꽤 권위 있는 독일 과학논술집에 실리는 기쁨도 있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냄새들(3) 예정 - 바이오필름으로 에어컨냄새를 개선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딸의 딸(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