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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의 딸(13)

'내 딸의 딸'의 선물

by 좀 달려본 남자

심쿵했던 세 가지


내 딸의 딸이 다음 달이면 벌써 돌이 되고 우리 집에 와서 눌러앉은 지도 벌써 7개월이 돼 간다.


처음부터 내 딸의 딸을 돌보는 것이 힘이 들었고 지금도 익숙해졌을 뿐이지 계속 고생이다.

내 딸의 딸이 우리 집에 온 후부터 아내와 이전처럼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기도 어려울뿐더러, 내가 집에서 같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내가 식사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으니, 내 생활도 내 딸의 딸 양육에 거의 속박당한 상태인 것 같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3일 간격으로 나타나는 내 딸과 사위가 올 때마다 화장품 등 이것저것 물건을 가지고 와서 어지르고, 대부분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면서 쓰레기가 잔뜩 나와 도움이 되기는커녕 청소하느라 오히려 힘이 더 들게 한다.

거기에다 가끔씩 내 딸의 딸이 아프기라도 하면 내 딸이 마치 우리가 잘 못 돌봐서 아픈 것처럼 투덜거려 아내를 화나게 하곤 한다.


하지만 키우면서 정이 든다고 하나?


아내는 화가 날 때마다 생각 같아서는 내 딸보고 "너네 집으로 내 딸의 딸을 다시 데려가서 키우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내 딸의 딸이 혹시라도 남의 손에 맡겨져 사랑을 덜 받고 키워질까 봐 그냥 참는다고 했다.

하여간 이전 내 딸을 키울 때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힘들게 내 딸의 딸을 돌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던 중 3일 전 가슴이 뭉클한 일이 연달아 세 번 일어났다.


이마 맞대기

얼마 전부터 아내가 내 딸의 딸과 이마를 맞대고 '사랑해요' 하곤 했다. 내 딸의 딸도 웃으며 좋아한다.

내가 외출했다 돌아와 내 딸의 딸을 안으니, 내 딸의 딸이 나에게 이마를 댄다. 그래! 나도 '사랑해요' 말했다. 기분이 좋다.


손가락 맞춤

아내가 내 딸의 딸을 데리고 커피숍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최근에 자주 만나더니 영화'이티'처럼 손가락 맞춤을 배워왔나 보다.

이틀 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나를 보고 내 딸의 딸이 손가락 맞춤을 하자고 한다. 잘 맞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한 내 딸의 딸을 보는 느낌이었다.

(잘 맞지는 않았지만 감동적인 손가락 맞춤이었다)


떡뻥 나누기

세 번째 감동은 떡뻥이었다. 떡뻥은 떡국 떡을 뻥튀기 한 쌀과자로 입에 넣으면 녹기 때문에 유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자 중에 하나이다. "떡뻥을 발명한 사람은 상을 줘야 한다"는 엄마의 댓글도 있는 것처럼 아기들을 달랠 때 최고다.

몇 달 전부터 간식으로 떡뻥을 주기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잘 먹지 못하여 조금씩 잘라서 입에 넣어 주었다. 11개월에 접어드는 최근에는 앞에 위아래로 이가 나기 시작하여 손에 쥐어주면 제법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3일 전 놀랄 일이 일어났다.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내 딸의 딸이 약간 남은 떡뻥을 나에게 주면서 한입 베어 물으라는 표시를 하였다.

이게 뭐지? 하여간 의도가 그런 것 같아 손에 있는 조각을 한입 베어무니 나머지를 자기 입에 넣었다.

와하! 이런 일이.... 일어나네!

나도 모르게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아 실룩실룩 웃음이 나왔다. 이런 기쁨을 선물로 주다니! 감동이었다.

그날 이후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고 내 딸의 딸 입으로 떡뻥은 바로 직행하고 있지만....


문득 30여 년 전 내 딸과 아들을 키울 때 과정이 전혀 생각이 안 난다. 하루종일 회사에 있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휴일에도 TV 보던 기억뿐인데...

요사이 이러한 과정을 새로 경험하게 된다는 게 나도 신기하다...


감동도 잠시

은퇴하면서 회사에서 준 호텔 무료쿠폰이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4월에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며칠 가려는데 내 딸이 돌볼 시간이 없으니 내 딸의 딸을 데리고 가란다.....!

몇 차례 이야기 끝에 4월에 가기로는 하였는데, 내 딸의 딸과 같이 갈지?, 우리만 갈지? 는 그때 가서 상황 보고 결정하기로 하였다.

아! 어려움은 계속된다...

(떡뻥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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