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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후 환경과 자동차 (7)

현대차 미국자동차시험장(1)

by 좀 달려본 남자

미국 자동차시험장 (CPG= California Proving Ground)


현대자동차가 해외에 처음으로 만든 현지조건을 반영하여 차량개발을 위한 미국자동차주행시험장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위치하고 있다. 2003년 착공하여 2004년 완공하였고, $5천만 불 투자하였는데 우리나라 시험장의 거의 10배 정도 여의도면적 6배, 530만 평으로 고속주회로만 10.4k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로스엔젤리스에서 100마일 떨어져 있다.


이 시험장을 건설한 이유는 한국에서는 없는 조건인

1) 무더운 혹서지 지역조건에서의 차량개발시험 진행 (근처에 '데쓰밸리'가 있는 더운 지역)

2) 장등판로 에서의 파워트레인 기혹조건 (시험장에 8% 등판로 3.7km 보유, 주변에는 40분 지속 등판로)

3) 고지지역 평가 (시험장은 해발 700m이고, 주변에 4000m 고지까지 평가가능)

4) 수출이 가장 많은 미국지역에서의 미국인에 의한 상품성 평가 (트레일러 견인등)

등을 미국수출이 늘어나면서 미국소비자 주행조건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시험장 전경, 초창기 사진 - C.A 모하비 사막)

나는 그 당시 미국시험장의 내구시험로를 담당하는 내구엔지니어로 초창기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시험장을 처음 건설할 때 생각지 못했던 특이한 이유로 많은 시행착오로 고생을 하였다.


그중 하나가 미국의 천연기념물인 사막 거북이였다. 시험장 부지를 매입하고 시험장을 건설 마친 후 실제 운용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환경보호단체'에서 이슈를 제기하여 시험장 운용이 중단되었다.

시험장 내 미국의 천연기념물인 '사막거북이'가 살고 있으며 자동차시험을 진행하면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운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웬 사막거북이! 그때까지 아무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법은 환경보호단체 편이었다'


결국 530만 평에 해당하는 엄청난 넓은 지역을 환경보호단체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 거북이가 있는지를 전수조사하는 비용, 발견된 사막거북이가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가 3년 동안 잘 적응하도록 보호하는 비용, 혹시라도 남겨진 거북이가 다칠 수 있으니 모든 시험로 길옆에는 얕은 높이의 철조망을 만들어 거북이가 도로에 접근 못하도록 만드는 비용, 혹시 남겨진 알들에 의해 거북이가 살 수 있으므로 1년에 한 번씩 시험장을 환경보호단체가 5년 동안 조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서야 정작 차량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거북이 한 마리당 거의 2억에 가까운 돈이 들었고, 실제로 이때 여기서 발견된 사막거북이는 약 30여 마리였고, 다행히 새로 이전한 곳에서 잘 적응하였다고 한다. 거의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비되었다.


미국시험장 시설관리자 미국인으로 우리보다 10여년 먼저 주행시험시험장을 건설한 이웃한 일본 닛산자동차 에 근무하였던 경험자였기 때문에 시험장 건설초기부터 채용되어 근무하였다. 그런데 아무런 이야기 없다가 사막거북이의 엄청난 소동이 다 지난 간 후 "일본 닛산자동차에서도 초기 주행시험장 건설할 때 동일한 경우를 당하여 환경보호단체에 엄청난 비용을 추가로 지불했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아니! 이놈이 그럼 시험장건설 초기에 진작이야기 했어야지... 다 완성되고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남이야기 하듯이 하네!...." 남의 나라에서 뭘 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10여 년이 지난 후 미국에 출장하여 시험장 주변도로를 주행하는데 멀리서 환경보호단체 직원이 (우리는 히피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빨리 와보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막거북이'가 나무 밑에 있으니 와서 구경하란다.

헉.. 다행이다. 회사 시험장에서 약 1km나 떨어진 곳이네... 그런데 아직도 근처에서 살고 있구나!

히피차림으로 턱수염에 장발을 하고 옆에 캠핑카 옆에서 '사막거북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환경보호단체 직원을 보니 일견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회사 근처에서 발견된 '사막거북이' 수령이 80살 정도)

미국시험장은 모하비사막 한가운데 있고, 선인장과 비슷한 커다란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을 뿐이다. 그 나무 이름은 '죠수아트리'이다. 나이를 알려면 1년에 1인치 크므로 높이를 보면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나무가 귀한 사막지역인 만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나무마다 태그를 붙여 놓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미국시험장 운용 시에도 나무가 손상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잘 관리를 해야만 한다.

(미국시험장 죠수아트리)

미국 자동차시험장 중앙에 위치한 등판로 정상 근처에 가면 무서운 독을 가진 전갈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고속주회로의 배수로 통로를 지나다 보면 시원한 그늘 안으로 코요테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무서운 것이 방울뱀이다. 방울뱀 독은 백신이 없어 물린 즉시 큰 병원으로 4시간 이내에 이동해야만 살 수 있다. 사막에 겨울이 되면 쌀쌀해지고 드물게는 눈까지 오곤 한다. 가을 후반쯤 되면 추워진 날씨 때문에 사막에 먹잇감이 부족하여 실내에 살고 있는 쥐들을 잡아먹겠다고 방울뱀이 직원들이 타이어 작업을 하는 워크숍까지 들어오는 일이 발생하였다. 일단 기다란 막대기로 쫓아버렸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뱀퇴치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을 받기로 하였다. 뱀퇴치 교육에 긴장하며 기대를 많이 하였지만 실제는 매우 간단하였다. 방울뱀을 발견하면 집게 (초상집에 가면 신발을 정리하는 플라스틱 집게)로 뱀을 집어 휴지통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게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사한 다른 독 없는 뱀을 풀어놓고 한 사람씩 실습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어디서든 방울뱀을 보면 도망가야 한다.

(미국시험장 워크숍 안으로 들어온 방울뱀)

"좀 달려본 남자는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34년 동안 -40℃에서 50℃까지, 미국, 유럽, 남미, 중동, 중국, 러시아등 세계각국의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실차개발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동안의 자동차시험 경험들을

1) 자동차주행시험장, 2) 해외기후환경과 자동차, 3) 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 4) 자동차엔지니어, 5) 미래모빌리티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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