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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의 딸 (21)

아빠와 외출

by 좀 달려본 남자

아빠와 외출하면 생기는 일


얼마 전 사위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동반 모임을 가졌다.

내 딸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같이 못 가게 됐고, 사위 혼자서 '내 딸의 딸'만 데리고 나가야만 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만나는 장소를 우리 집에서 가까운 수원 스타필드로 정했다.


모임이 있는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사위친구들은 아기들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부인들은 스타필드에서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모임에 가지 못한 내 딸이 카톡으로 '내 딸의 딸'이 사위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는지 사진을 올려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올라온 사진을 보니 모임에 참석한 다른 아기들은 모두들 예쁜 옷을 입고 있는데 비교되는 '내 딸의 딸'의 모습에 내 딸이 카톡으로 한마디 하였다.


15개월임에도 머리카락이 아직도 자라지 않아 외출할 때 항상 모자를 씌우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모자도 안 씌우고, 다른 아기들은 예쁜 옷을 입었는데 '내 딸의 딸'만 집에서 입던 내복에 가디건 하나만 입혀 나갔던 것이다.

아내도 사위가 '내 딸의 딸'을 데리고 외출한다고 하니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을 참석하느라 신경 써주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아기들과 비교돼서 내 딸이 마음에 걸렸는지 저녁에 집에 돌아온 사위에게 '옷 좀 예쁜 것으로 입혀서 가지!" 또 한 번 투덜거린다.


일주일 후 내 딸과 아내가 둘이서 근처에 마사지받으러 간다고 몇 시간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는데, '내 딸의 딸' 이유식이 떨어져 사위가 긴급하게 집 근처에 있는 스타필드에 '내 딸의 딸'을 데리고 이유식을 사러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도 집에 있었지만 세미나 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나가는 줄도 몰랐었다.

조금 지난 후 딸에게 전화가 와서 '내 딸의 딸'을 찾길래 , "이유식 사러 나간 것 같다"라고 했더니 지난번처럼 사위에게 내 딸의 사진을 올려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헉! 난리 났다!

사진에 나타는 '내 딸의 딸' 모습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입던 내복차림에 모자도 안 씌우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거기에 약간의 감기기운으로 아내가 아침에 목부위를 따뜻하게 하려고 묶어준 가제손수건도 보인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콧물이 약간 흘러 코밑이 축축하다.

잠시동안 내 딸의 잔소리가 카톡으로 뜨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에 사위가 집에 돌아왔는데 '내 딸의 딸' 짧은 머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들 잘생겼네!'라고 한마디 하였다고 한다. 가슴이 미어진다!

거기에다 '내 딸의 딸' 옷차림을 본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웃으면서 "아빠들이 데리고 나가면 다 똑같이 저렇다니까!" 하였다고 한다.


유모차에 내복차림에 덜렁덜렁 옷차림이 어때서!

일주일에 며칠 보지도 못하는 아빠인데 같이 있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지!

오랜만에 '내 딸의 딸'이 울지도 않고 해맑게 웃는 사진을 보니 사위와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가졌던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5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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