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고객에게 안전하게 보내는 방법(1)
트럭킹 (트레일러 운송)
차량을 개발할 때 공장에서 차량이 만들어져 고객들에게 마지막 인도되기까지 운송과정에 대한 시험이 있다.
첫 번째가 트럭킹(Trucking) 시험이다.
공장에서 차량이 만들어지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소비자가 사는 가까운 출고사무소로 차량을 옮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차량운송용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이동을 하게 된다.
2000년 이전에는 인건비도 싸고, 운송수단이 마땅치 않아 탁송운전사들이 직접 공장에서 고객이 사는 영업소까지 운전을 하여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미 이동하느라 주행거리가 몇백 km가 된 신차를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최근에는 거의 없어 대부분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고객이 사는 가까운 출고사무소로 이동후 직접 출고하거나 혹은 탁송 운전사를 고용하여 영업소로 가져오게 하여 고객에게 인도하고 있다.
내가 입사했던 198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차량운송용 트레일러는 체인으로 차량의 앞에 브래킷에 HOOK에 걸고, 차량의 뒤쪽은 하체패널 사이드부에 체인훅을 걸어 팽팽하게 만들어 고정하여 이동을 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차량운송용 트레일러는 한 번에 약 7대 정도 싣을 수 있는데 2층에 4대, 1층에 3대를 싣는다.
이동할 때 트럭이 제동과 가속을 반복하게 되면 고정되어 있던 차량이 원심력에 의해 체인에 힘이 가해져서 뒤쪽 사이드부 패널부가 변형되거나, 차체가 변형되어 트렁크나 리어도어가 단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양산 이후 긴급하게 차체를 보강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발단계에서 이러한 문제를 미리 개선해야 한다.
개발 중인 시험차에 위장을 한 다음 각 도어와 트렁크에 종이테이프 붙인 후 차체 부분과 연결선을 그어 초기 단차값을 측정하면 준비가 완료된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울산 출고사무소로 시험차를 가져가서 트레일러에 차량을 싣기 시작한다.
트레일터 운전사와 인사를 나눈 후 시험차량을 탑재할 위치를 알려주고 대기한다.
먼저 2층부터 한 대씩을 올리면서 고정하고를 반복하는데, 2층에 4대를 싣고 나면 다음은 1층이다.
모두 약 30~40분 정도 걸려 차량을 싣게 되는데 시험차량은 가장 가혹한 부위 2층 맨뒤 즉 4번째 차량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이 부위는 차량의 진동 및 흔들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자리이다.
이제 출발이다.
울산공장부터 신갈 출고사무소를 왕복하는 트레일러에서 시험을 진행하였다.
50대 중반 운전사는 "심심하게 혼자 가는 것보다 같이 가게 되어 재미있게 됐다"며 본인의 젊었을 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당시 자가용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인 1970~80년대 사장님과 정치인들의 개인 자가용 운전하던 시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참을 이야기한다.
울산에서 국도로 경주까지 간 후 그다음부터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아침식사를 경주 조금 지나자마자 하였는데 고속도로 간이 쉼터에 차량을 세운 후 가드레일을 넘어 논둑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된장국 맛집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휴게소 음식보다 백배는 맛있었던 것 같다. 이후 주류판매등의 문제로 이러한 행위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한참 추풍령을 넘어갈 때면 앞에서 속도를 안 내고 얼쩡거리는 차량을 보면 육두문자로 욕을 해댄다. 그 당시 트럭들의 엔진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트레일러가 추풍령 구간을 넘어갈 때 브레이크를 한번 밟으면 언덕길에서 1단, 2단 넣으면서 다시 가속을 하여야 하므로 20~30분 더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트럭의 장시간 진동에 익숙하지 않고, 새벽에 나와 졸음이 밀려와서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 된다.
점심때쯤 신갈 출고사무소에 도착하면 나는 시험차량을 내려서 점검하고, 트럭 운전사는 탁송차량을 인계한다. 다시 시험차량을 싣고 울산으로 출발하여 내려오는 도중 추풍령 근처에서 또다시 임시쉼터에 차량을 세우고 논둑길을 따라 맛있는 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울산에 오면 5시가 넘는 시간이 되었다.
시험차량을 내려서 운전하여 연구소로 가져와 다시 한번 체크하고 나면 거의 저녁 7시가 넘었다.
보통 이 시험은 대리이하의 신입사원들이 진행하였는데 힘이 많이 드니 선임들이 회피하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왕복으로 약 800km 내외 시험을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대부분 철도운송을 주로 하지만 나라가 크니 트럭운송도 장난이 아니다. 예로 캐나다 윈터테스트를 하면 미국 디트로이트연구소에서 차량을 보내는데 약 22시간 걸려서 캐나다 캡슈케이싱 겨울시험장에 트레일러로 오게 된다.
미국시험은 L.A에 있는 연구소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왕복하는 약 2,000km 시험을 하게 되는데 미국 미국 차량운송용 트레일러는 우리보다 훨씬 많이 10~12대 정도 싣고 다닌다. 사람도 크고 차도 큰 것 같다.
2000년 말부터는 국내에서는 차량의 타이어를 끈으로 트레일러 바닥에 고정하는 Tire FIxing 방식으로 모두 바뀌어 이전대비 차체변형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이 타이어가 묶인 상태에서, 트럭 운송 중에 차지속적인 큰 진동을 받게 되면서, 경차의 경우에는 새시부품인 로워암 볼 조인트등이 빠지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여 압입력을 증대하는 설계개선을 하기도 하였다.
차량이 트럭에 잘 고정되지 않거나, 차량 고정부위 강도가 약한 경우에는 운송 중에 손상이나 변형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운송 보험료가 올라가고 이 때문에 차량가격이 인상될 수 있는 요인이 되어 상품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차량을 개발할 때는 이런 사전시험을 통해 개선을 진행하는 이유다.
좋은 품질의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차량이 인도되기 바로 전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