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식구가 응원하는 응아의 시간
분유에서 이유식으로 변경할 때
내 딸의 딸이 돌잔치 때 무리를 했는지 약간의 미열과 함께 기침을 하여 어린이병원에서 진찰받고 약을 처방받아 왔는데 이번에는 설사가 2주간 이어졌다. 러시아 해빙무드로 바빠진 스케줄 때문에 내 딸과 사위가 집에 자주 오지 못하는 상태라서 나와 아내가 병원을 데리고 다녔다.
의사 선생님은 설사분유를 사서 먹이라는 말과 함께 3일 치 약을 처방해 주었는데도 설사분유가 물에 잘 풀어지지가 않아서 가루가 그대로 남아서 자꾸 사래를 유발하여 '큭큭' 거려서 잘 먹지를 못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배고파하며 찡찡거렸다.
어차피 설사하는 것 다시 늘 먹던 일반분유를 주어 배고픔이라도 멈추게 하려 했으나 하루에도 몇 번씩 설사가 이어지니 걱정이 되는 데다 피부 여기저기에 건선으로 거친 부분이 생겨나서 이틀 만에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앨러지가 있을지 모르니 검사해 보자고 했다. 검사를 위해 13개월짜리 아이에게 나오지 않는 혈관피를 거의 짜듯이 빼내는 과정으로 아내와 내 딸의 딸이 눈물범먹이 되는 난리를 치렀지만 결과는 별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내 딸의 딸 피 빼는 과정을 겪고 너무 속상해서 내 딸에게 한마디 했다.
"저는 병원에 가라고 말만 하고서 이런 일만 나에게 시킨다"라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8개월부터 분유를 줄여가면서 이유식으로 먹여야 하는데 분유를 너무 오래 먹인 것 아니냐는 조언이 있어 분유를 중단하고 이유식을 먹이기로 하였다.
처음에 시중에 파는 이유식을 가져다가 먹여보았는데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아내가 단호박, 무, 과일 등을 삶아서 조각을 내고, 닭고기, 소고기, 생선 등을 간하지 않고 조리하여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여보았다.
이전 이유식과는 달리 신선한 것이 맘에 들었는지 식탁의자에서 발을 굴러가며 신나게 먹는 모습이 보기도 좋았다. 이게 큰 효과를 보았던 것 같다
아기들은 회복성이 대단하다.
며칠 만에 건선이 없어지고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설사가 멈추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은 아내의 손이 많이 가는 조리과정이라서 내가 내 딸의 딸을 돌봐야 했다.
아내는 하루 종일 내 딸의 딸 식사만 만들고 정작 우리가 먹을 식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내 딸의 딸 외에는 라면으로 때웠다. 배고프다!
며칠 후 순조롭게 이유식이 정착되어 갔는 것 같았다.
내 딸의 딸이 배고프면 울고, 밥을 주면 원만한 어른만큼 밥을 먹는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면 흥얼거리며 신나 한다.
밥때가 조금 지나면 못 참는 것을 보고 사위가 별명을 만들었다.'어르신'이라고...
그러나 이것도 며칠 지나니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설사가 멈춘 것까지는 좋았는데 응아가 너무 되어 토끼똥처럼 나오고 아침이 되면 울그락 불그락 힘을 주며 엉덩이가 아프다고 운다.
아마도 처음 겪는 과정!
응아 할 때면 온 식구가 응원하며 같이 '응아'하고 합창하며 힘을 주어준다. 나오면 전체 '잘했어요' 박수다.
어떤 때는 밥 먹으면서도 응아를 하기도 하는데, 냄새는 이전 분유때와는 완전히 달라 어른똥 냄새다.
일단 인터넷과 딸아이의 정보수집으로
물 많이 먹이기, 유산균 먹이기, 밥전에 채소부터 많이 먹이기 그리고 응아주스 사서 먹이기 등, 방지를 위해 후속과정이 이뤄졌는데 특히 '응아주스'는 새로웠고 효과도 최고다.
이후로 다양한 이유식 만들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작 엄마인 내 딸은 '물건 사주기', '이유식 먹이기' 보조역할만 한다.
아! 배고프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이어질지!....
내 딸은 또 오늘 러시아로 출장을 떠나 2주 후나 돌아온단다.
아무래도 어디 도망가야겠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4개월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