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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후환경과 자동차 (6)

러시아 밤새 시동 거는 차

by 좀 달려본 남자

러시아 가혹한 겨울조건


러시아는 현대자동차에게 매우 각별한 시장이었다.

22년 2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현대자동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3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여 팔았고, 약 9만 대 정도를 한국에서 수입하여 공급하는 러시아 1위의 자동차 회사였다.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은 러시아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 최고의 회사"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23년 12월까지 휴업을 하며 버티다가 결국에는 1만 루블(14만 원)에 러시아자동차그룹 ARG의 '아트파이낸스'에 2년 내 바이백조건 매각결정을 하고 철수하였던 아쉬운 곳이다.


2007년 러시아진출을 결정하고 2010년 공장이 완성되기 전까지 처음 진출하는 러시아의 자동차 사용환경에 대해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이 현지에 출장 가서 많은 조사를 진행하였다.

러시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동토의 땅이다. 매우 추운 곳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특이한 사용조건들이 있었다.


혼자서 시동 거는 차

겨울철 날씨가 -20℃ 이하의 극 저온으로 떨어지면 그다음 날 차량을 빠르게 시동 걸고 나가기가 힘들다.

미국은 집집마다 웬만하면 개러지를 보유하고 있어 차량을 외부와 차단하여 실내에 보관하므로 문제가 없다.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엔진 부분에 밤새도록 '전기블록히터'를 설치하여 보온을 해주기 때문에 추운 날 외부에 주차를 하더라도 그다음 날 시동이 거는데 문제가 없다.

러시아는 차량을 대부분 외부에 주차하므로 강한 추위에 노출이 되는데 그다음 날 배터리 성능저하로 시동이 안 걸리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고 개러지나 블록히터를 설치할만한 여건을 되지 않는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온도센서를 이용하여 영하로 많이 내려가면 자동으로 자동차의 시동이 켜졌다가, 엔진룸 내 온도가 어느 정도 온도가 올라가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가를 반복하게 하는 장치를 장착하여 그다음 날 시동이 가능하도록 엔진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밤새도록 혼자서 시동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차량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또 다른 자동차 사용방법이기도 하였다.

(모스크바 노상주차와 온도가 떨어질 때 자동시동 장치)


카펫대신 고무매트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모스크바는 눈이 올 때 차를 타면 신발에 눈이 잔뜩 묻은 녹지 않은 상태로 실내로 들어오게 되고, 따뜻해지는 실내에서 신발에 묻었던 눈이 녹으면서 카펫으로 물이 떨어져 축축하게 젖는 경우가 발생한다. 러시아에서는 보조매트 대신 겨울철에는 고무대야 형태의 고무매트를 깔아서 카펫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눈 올 때 하루정도 사용하고 이 고무매트에 고인 물을 밖으로 버리는데 양이 제법 되었다.

특히 눈에는 제설제인 염화칼슘등이 섞여있어 이것이 실내로 들어오게 되면 실내부품의 녹발생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무매트 물이차면 흐르지 않도록 그릇처럼 턱이 있다)


차량오염이 심하여 온수세차장은 만원

겨울철 눈이 잦은 러시아는 도로에 눈을 치우기 위해 많은 염화칼슘이 뿌리는데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눈이 녹은 시커면 흙탕물이 도로에 깔리게 되어 차량을 오염시킨다. 모스크바 시예산 10%를 눈을 치우는데 소요된다고 하였는데 겨울철 가보니 눈 치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흙탕물에 의한 차량오염을 제거하려고 추운 날씨에 일반 수돗물로 세차하면 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세차가 불가하다. 그래서 세차장에서는 온수를 사용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워낙 많은 차량이 몰리다 보니 지나다 온수세차장에 약간의 여유만 있으면 다른 일 제처 두고 얼른 들어가 세차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열화칼슘에 의한 오염에서 차량부식 문제가 없도록 방청강판 사용증대등 많은 대책이 이루어졌다.


(제설후 배수시설이 미흡하여 흙탕물에 의한 차량오염, 온수세차)


스파이크 타이어

러시아의 겨울은 길다. 겨울은 10월부터 4월까지로 이때 차량의 타이어를 스파이크 타이어로 교체한다.

이전 스파이크 골프화를 연상하면 된다. 타이어에 징이 박한 것으로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아 스노체인을 장착하지 않고도 눈길주행이 가능하다. 이 타이어는 일반타이어보다 진동이 심한데, 여기에 더해서 도심 내 전차들이 지나다니기 위한 많은 건널목과 요철, 모스크바 외곽의 비포장 30% 수준등의 도로조건으로 차량의 진동이 심해진다. 진동저감을 위한 대책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였다.

(스파이크 타이어, 모스크바 외곽 비포장, 엔진룸 하단 철판커버)

SUV 차량하단은 철판으로

비포장 도로뿐 아니라 전차 건널목의 요철, 그리고 눈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길거리에 방치되어 차량의 엔진하단부의 플라스틱 언더커버가 많이 깨져나간다. 일부 딜러에서는 차량하단에 플라스틱 커버대신 스틸로 커버를 만들어 엔진룸을 보호하는 용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개발 시 스틸프로텍터에 의한 엔진쿨링과 주변부품에 문제없는지 확인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외 눈을 빨리 녹이려고 뜨거운 물을 뿌려 앞 유리창이 깨지는 다른 회사 사례와 연료에 옥탄가(높으면 폭발력이 좋아져 연비가 좋아진다)를 높이기 위해 망간 및 철을 많이 섞인 불량연료 때문에 유로 4의 엔진 딤채 (디젤엔진 유해 배기가스 필터장치)가 망가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초기에 이러한 시장조건을 잘 몰라 원인분석에 많은 고생 하였으나, 시장에 맞춰 문제없도록 개선을 진행하여 차량을 개발한 결과 23년 철수 전까지의 러시아에 현대자동차는 좋은 이미지로 차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15년 전 처음 진출할 당시에 러시아 지역에 출장하여 현지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때문에 철수하였을 때 아쉬움도 개인적으로 무척 컸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오면서 해빙무드가 시작되는 것 같다.

러시아는 한국과 협조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들이 많은 시장이다.

조만간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돌아간다는 좋은 소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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