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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의 딸 (18)

난생처음 제주도 가기(1)

by 좀 달려본 남자

비행기 탈 때 '내 딸의 딸'임을 증명하기


회사에서 은퇴 때 받았던 제주도 호텔 무료쿠폰의 유효기간이 3년으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빨리 사용해야만 했고, 아내가 내 딸의 딸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도 마음이 쓰여 이 쿠폰을 이용하여 아내와 4일 동안 제주도를 다녀오려고 내 딸에게 여행기간 동안 돌보지 못하니 '내 딸의 딸'을 잠시 데려가라고 통보하였다.


처음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는 괜찮다고 하더니, 제주여행 날이 가까워 오자 4일 동안 돌 볼 자신이 없었는지 갑자기 '내 딸의 딸'도 같이 데리고 가란다.

"아니 데리고 가면 그게 무슨 휴가냐, 못 데리고 간다...! "라고 나는 주장했지만

결국 아내의 양보로 제주도를 '내 딸의 딸'도 가고, 내 딸과 사위도 휴가를 쓰고 함께 가기로 하였다.

뒤늦게 내 딸이 여행을 결정이 되다 보니 우리 비행기가 매진이 되어 내 딸과 사위는 오갈 때 10~20분 차이나는 다른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내 딸의 딸'은 아무래도 아내를 더 따르고, 회사쿠폰에 포함된 우리 비행기표는 비즈니스석이라 넓어 우리가 데리고 비행기를 타기로 하였다.


유아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어 걱정은 되었지만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니 24개월 유아까지는 비행기 좌석이 무료이며, '가족관계증명서'가 있어야 같이 데리고 탈 수 있다고 하였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이전의 '호적초본' 같은 것으로 직계만 나오도록 되어있다. 즉 나의 부모, 나의 자식들만 나온다. 내가 발급하면 내 딸은 나오는데 '내 딸의 딸'은 나오지 않으므로 이것을 만족하는 사람인 내 딸만이 발급해야만 한다. 내 딸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서 출발 전 봉투에 담긴 증명서를 받아 챙겼다.


짐은 캐리어로 4개나 되었는데 안에는 항온포트, 분유, 이유식, 보온병, 각종 옷가지, 가습기.... 끝이 없다. 우리 짐은 달랑 배낭 하나였다. 다행히 비즈니스석은 1인당 30kg라서 모두 보낼 수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반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낼 수 있는 짐의 무게가 얼마 되지 않아, 유아부모들 것은 최소한의 짐만 챙기고 보내는 짐을 대부분 아기짐으로 보낸다고 나왔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차량 1대로 조금 일찍 '내 딸의 딸' 포함 5명이 출발하여 김포공항에 주차한 후 항공체크인을 시작하였다. 유아를 동반하면 반드시 체크인은 카운터에서 진행해야만 한다.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 가서 예약항공권,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밀고 체크인을 하면서 유아인 '내 딸의 딸'을 데리고 간다니까 깜짝 놀란다.

24개월 미만 infant는 비록 좌석은 무료이지만 예약할 때 반드시 유아도 같이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크!

유아좌석은 무료라고 생각하고 우리 부부 두 사람 것만 좌석예약을 했던 것이다.

난감해하는데 다행히 승무원께서 친절하게 '내 딸의 딸'을 다시 등록해서 비행기표를 발급해 주고, 올 때 비행기도 내 딸의 딸의 좌석도 등록을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것 다 알까?


내 딸과 사위가 다른 항공사 체크인을 마치고, 다 같이 유아를 동반하므로 '교통약자' 줄로 가서 보안검색 하는 곳으로 들어가려는데 제지를 당했다. 내 딸이 발급해 온 '가족관계증명서'가 열람용이었다. 진본을 가져오란다. 내 딸이 아마 집에서 인터넷 발급하다 보니 대충 확인만 시켜주면 된다고 생각하여 열람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인쇄해서 나에게 주었나 보다. 헐! 이런 내용은 인터넷에 없던데.... 크!

다행히 보안검색하시는 분이 같이 가던 내 딸의 핸드폰에 있는 카톡 '전자증명서'를 이용하여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해 주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 시간은 걸려서 통과는 하였지만, 만약 나와 아내만 '내 딸의 딸'을 데리고 여행을 했다면 여행은 고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유아를 동반했던 앞사람도 똑같은 안내해 주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부모가 아닌 사람이 어린 유아를 데리고 갈 때 '내 딸의 딸'임을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비행기 기내에 들고 가는 것들도 유모차, 보온병, 분유, 떡뻥, 가제손수건, 장난감등 한 짐이었다.

유모차를 기내로 가져간다면 반드시 접어서 기내 상단 사물함에 넣을 수 있는 것만 가능하다. 검증된 유일한 제품인 Yoyo는 그냥 통과이나 다른 제품은 별도로 사이즈확인을 받아야만 기내까지 가져갈 수 있고 아니면 짐으로 붙여야만 한다고 했다.

우리가 가져간 유모차 상표도 몰랐는데 확인해 보니 다행히 Yoyo 제품이어 통과되었다.

하나하나가 처음 당하는 경우라 어렵다. 유아를 해외까지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비행기 탑승 Gate로 들어오기까지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나니 진이 빠져 비즈니스라운지에서 쉬려는데 유모차가 눈에 보인다.

평소에 유모차는 항상 펼쳐 사용하였는데 접어서 기내 사물함에 넣어야 하는데 접는 방법을 모르겠다. 부랴부랴 유튜브를 보고 접는 연습을 몇 번 하고 나니 벌써 탑승시간이다.


내 딸 비행기는 먼저 출발하였고 사위가 렌터카를 빌려서 제주공항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유리창이 있는 좌석에 아내가 내 딸의 딸을 안고 타고 통로석에 내가 앉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아와 탑승하면 관심을 유도하기 좋은 창가석에 앉는 게 좋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내가 낯설었는지 계속 꼼지락 거리는 데다 비행기는 약 25분 정도 지연되어 '내 딸의 딸'이 앞 좌석 등받이를 계속 건드리고, 뒷좌석으로 가려고 하고 주변 손님들에게 폐가 말이 아니다. '죄송하다'라고 사과는 했지만 다행히 앞, 뒤 어른들도 잘 이해를 해주었고, 소리를 내어도 승무원도 모른 척 눈감아 준다. 승무원이 음료수를 줄 때도 아기를 데리고 있어 엎질러질 것 같으니 뚜껑을 씌워 빨대를 꽂아서 준다. 모두들 고마웠다.

가장 우려했던 것이 이륙 시 귀 아픔이라 귀를 막아주라고 하였는데 떡뻥하나 주니 그거 먹느라고 귀에 대해 신경도 안 쓴다. 음! 비행기 유아 필수용품 '떡뻥'

'내 딸의 딸'은 가는 내내 자지도 않아서 동화책 읽어주고, 배고프다고 하여 이유식도 먹이는 등 아내와 둘이 울지 않도록 진땀을 빼면서 10 시간 같은 1시간 정도가 흐른 후 제주도에 도착하였는데, 다행히 유아를 동반하다 보니 짐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좋았다.


짐을 찾아 내 딸과 사위가 몰고 온 렌터카에 싣었다.

렌터카 빌릴 때 유아용 보조시트를 장착한 것을 가져왔는데 할머니와 엄마 쪽으로 시트가 회전을 안 돼서 '내 딸의 딸'이 우는 바람에 결국 아내의 무릎 앉혀 출발해야만 했다. 이제 반나절 지났는데 하늘이 노랗다.


난생처음 제주도 가기(2)에서 '내 딸의 딸'과 제주도 호텔 이야기 계속예정입니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4개월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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