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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 달려본 남자 Jul 17. 2024

자동차 엔지니어(2)

2주간 지속된 카레냄새

인도식당에서 밥먹기

인도에서 인도판매 전용차량을 개발 할 때 현지 사외도로를 주행하면서 성능을 시험하게 되었다.

핸들이 오른쪽에 있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관계로 현지 운전사를 고용하여 주행하게 되었는데, 코스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첸나이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가 있는 하이드라바드까지 약 800여 km를 이틀에 걸쳐서 이동하면서 차량 평가를 진행하였다.

 출발전에 현지운전자들이 얼굴 미간에 '빈디(Bindi)'라는 빨간점을 미간에 찍고 있었는데 차량 후드에도 빨간색 점을을 가운데, 양 옆을 찍으면서 힌두교식으로 무사안전을 기원하였다. 

빨간점을 칠하는 행위는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제3의 눈’을 가진다는 의미로 에너지를 보관하여 집중력을 향상하고 갑작스러운 불행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하였다.

(Bindi)

첸나이 도심을 벗어나서 하이드라바드까지는 변변한 큰 도시가 없이 조그만 시골도시를 통과하게 되는데 인도 도로의 특징을 요약하면

.도로 둔턱이 기준에 맞지 않고 매우 높게 만들어서 차량하단이 간섭되기도 하고

.비포장 구간이 많아 먼지가 많이 발생하고, 험로가 많다

.시골도로임에도 도로인프라가 좋지 않아 왕복 2차로 라서 밀려서 속도를 내기가 어렵고

.포장도로도 중앙선에서 1차로만 포장이 되어 있어 오른쪽 바퀴는 포장도로에 왼쪽 바퀴는 비포장도로를 주행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주행하는 중간중간에 마을을 지날때 갑자기 길을 막고 사람들이 몰려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 후, 돈을 요구하는 바람에 4~5군데에서 삥을 뜯겼다. 아마도 위장막이 씌워진 모델이 공개되지 않는 개발차량이 이상하고, 외국인들이 타고 있으니 돈이 되겠다 싶었나 보다. 현지운전자의 많은 노력에도 할 수 없이 시간에 쫓겨 돈을 주고 통과하였다. 


애로점은 식사였다.

 인도 대도시에 있는 식당에 가면 숫가락과 포크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난 시골도시 식당을 가게 되면 숟가락이 제공되지 않아 인도인들 처럼 손으로 먹어야 한다.

숫가락을 달라고 하니 티스픈 밖에 없다고 하여 이것으로 밥먹기를 시도해 보았는데 먹기가 불가능 하였다.

그래서 현지인들 처럼 손을 사용하여 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 난(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운 인도 전통빵) 과 카레가 나온다.

우선 손을 씼고 식탁에 앉으면 바나나 잎이 펼쳐져 있고, 플라스틱 물병이 놓여 있다.  첫번째 하는 일은 바나나 잎에 약간의 물을 뿌려 손으로 훔쳐낸다. 식기 청소이다.  여기에 밥을 쏟아 붇고 카레를 조금씩 부어 가면서 손으로 뭉쳐서 입으로 가져가면 된다. 

처음에는 손으로 어떻게 먹나 하였지만, 같이 간 인도 엔지니어가 따라해보라며 시범을 보여주었다. 별도로 숟가락을 사서 다닐 수도 없고, 배도 고프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손으로 시험기간 내내 먹게되었다.

(시범을 보이는 현지운전자)

인도 현지시험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였는데 샤워를 하였는데도 자꾸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회사에 출근하는데 찜찜 하였다. 

오른손 손톱 밑에 밥먹을 때 끼인 카레에서 나는 냄새였다. 손을 씻어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이 냄새가 빠지는데 2주가 걸렸다.

그래도 얼마전 이런 추억이 생각나 가족과 함께 수원역 근처에 있는 인도 음식점을 (사실은 네팔 식당이었음) 찾아 보았는데 다행히 숫가락과 젓가락이 제공되었지만 음식을 먹다보니, 인도 시골식당의 느낌이 그리워 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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