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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 달려본 남자 Jul 10. 2024

자동차 주행시험장 (2)

여기는 자동차개발 비밀공간 (1)

낯설고 기묘한 ‘자동차 주행시험’과의 첫만남

 1980년대에는 자동차를 보유한 가정이 많지도 않았고, 우리집도 마찬가지 였기에 나는 자동차에 대해 잘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현대자동차 연구소의 자동차주행시험장은 완전히 생소한 개념 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근무하게 된 곳은 '시험부' 였고 여기서 하는일이 자동차 주행시험업무 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취업하고 주말에 처음 부모님을 뵈러 갔는데 시험부에서 근무하게 됬다고 하니까 “넌 공대를 졸업하고 왜 아직도 '시험'을 보고 있냐?”고 진지하게 물으셨다. 뭐라고 설명 드려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시험과목은 몇 개냐? 이왕 보는 거 잘 보고 와라!”며 두 손을 잡고 당부하셨다. 아재개그 같은 일이다. 


아무튼 시험장에 배치되어 내가 처음 한 일은 자동차가 튼튼한지, 물이 새는 건 아닌지, 바람 소리가 시끄러운 건 아닌지, 엔진소리는 괜찮은지, 문은 잘 열리고 닫히는지, 내구력은 문제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때만 해도 아직 시험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아, 한 명이 지금의 실단위 업무분야를 맡았었다. 자동차를 시험하는 범위(?)가 너무 넓은 거 아니냐고 맨날 투덜투덜거렸는데, 이게 나중에 연구소 센터장 업무를 할 때 큰 자산이 될 줄은 몰랐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말 그대로 인생 모르는 거다.


 주행시험장에 실제로 투입되는 사람들은 고속운전과 급격한 코너링, 심지어는 중력적용에 대한 특수한 운전교육을 받고 시험까지 통과해야만 한다. 나도 역시 그 훈련을 받았고 자격을 갖고 있다. 차량을 주행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문제점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라고 해서 연구소 사무실에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게 이 바닥이다.


주행시험장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노출이 철저히 통제되기 때문에 그 안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크게 보면 주행시험장은 고속주회로가 외곽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고, 그 가운데는 다양한 시험도로들이 존재한다. 일반업무를 할 수 있는 범용시험장은 넓은 운동장처럼 만들어 왕복이 가능하도록 가운데 선만 그어져 있다. 차량을 멈춰두고 전기계통, 브레이크, 핸들 등의 작동상태를 확인하는 ‘정치(停置)’ 시험, 활강스키를 타듯 장애물을 이리저리 피하는 슬라럼(Slalom)까지 다양한 주행 시험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하여 처음일했던 울산 주행시험장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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