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주행시험장(11)

3시간 동안의 식사

by 좀 달려본 남자

3시간 동안의 식사


현대자동차 주행시험장에는 실차 부식시험 장비와 시험로가 있습니다.


90년대 초창기에 엑셀, 프레스토 및 엘라트라 정도가 북미에 수출되고 있었는데 판매전략은 저가 차량으로 파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부식환경이 가혹한 미국 동부지역 및 캐나다에서 많은 녹발생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머플러를 비롯하여 차체패널 및 새시부품까지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특히 방청강판을 사용한 패널까지 녹이 발생하였습니다. 개발하면서 제대로 연구소에서 부식문제를 거르지 못한 거죠!


이 당시 차량의 녹발생 관련 가장 방식이 우수하였던 자동차 회사는 독일의 AUDI였습니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었습니다.

울산에서 남양으로 현대자동차 연구소를 옮기면서 새로운 차량부식시험장비들을 구매해야 했었는데 일단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AUDI의 장비를 벤치마킹 하기로 한 것입니다.

장비를 수입하면서 진짜 장비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싶다고 독일장비회사에 요청하였고 독일 잉골슈타트에 위치한 AUDI 부식연구소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북유럽이나 미국 북동부의 가혹한 부식환경 1년을 1주일 만에 가속하여 재현하려면 총 4개의 실차시험 챔버가 필요하였습니다.

- 항온항습챔버: 고온, 다습환경 조성

- 솔트스프레이 챔버: 소금물을 작은 물방울로 만들어 앞에서 바람을 불어 패널틈새로 들어가도록 함

- 선라이트 챔버: UV를 통해 플라스틱 제품 열화 및 패널건조

- 콜드& 글라블 챔버: 저온에서 철제품과 플라스틱제품의 마찰, 페인트 치핑

AUDI 부식연구소를 방문하였을 때 체계적인 부식시험 프로세스와 시험장비들을 보고 많이 놀라웠습니다.

세계 최고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장비와 방법만 갖춘다고 시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이지 않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였습니다.

방문한 김에 저는 AUDI 부식시험 엔지니어와 저녁식사 자리를 제안하였고 흔쾌히 같이 하기로 하였습니다.

엔지니어들끼리의 만남은 시작부터 엔지니어링 이야기여서 다른 사람들은 재미가 없었을지 몰라도 저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60세 정도의 은퇴를 앞둔 AUDI 부식엔지니어는 거의 달인 수준의 엄청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내가 질문하는 것에 대해 웃으면서 여유 있게 대답하여 주었는데, 젊은 한국엔지니어가 질문하는 내용이 이전에 자신이 초창기에 겪었던 문제들과 많이 비슷하다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AUDI 부식전문가는 와인을 무려 6잔이나 마시면서 내가 준비했던 5 장 정도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었고 마치고 나니 무려 3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3시간이 30년 경험을 흡수하는 잊을 수 없는 자리였는데, 자리를 마련해 주었던 시험장비회사 직원은 옆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너무 실무적인 이야만 한 것 같은 죄송한 마음에 다음에 한번 더 식사자리를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후 한번 더 AUDI 부식연구소를 방문하여 설비와 시험노면에 대해 상세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독일에서 발주한 장비가 한국에 들어오고 부식시험방법이 세팅하면서 AUDI 부식엔지니어의 노하우가 엄청나게 도움이 되어 조기에 가동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현대자동차가 현재와 같이 유럽의 경쟁사와 동일한 부식보증 연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력이 다소 미진했던 시절 흔쾌히 많은 대답을 해준 AUDI 부식전문가가 무척 고마웠는데 이때 방문하여 꼼꼼히 작성한 보고서를 25년 정도 지난 은퇴한 지 1년 됐을 때 "부서이동하면서 문서정리하다 발견했다"며 후배사원에게 연락이 왔을 때 새삼 기억이 새로웠고 약간의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좀 달려본 남자는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34년 동안 -40℃에서 50℃까지, 미국, 유럽, 남미, 중동, 중국, 러시아등 세계각국의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실차개발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동안의 시험경험들을 1) 자동차주행시험장, 2) 해외기후환경과 자동차, 3) 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 4) 자동차엔지니어, 5) 미래모빌리티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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