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너비미 Mar 24. 2024

시차를 이기는 방법

진심으로 표현해 낼 것

그동안 상대방과 나의 시차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레 판단해 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와서 시차를 뛰어넘는 방법을 알았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다해 표현해 내는 일이다. 우리는 자신이 먼저 겪은 감정, 경험, 판단, 노하우 등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 글과 춤과 노래와 영상으로.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진심을 담은 대화와 예술들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진심을 담은 예술들과 만날 때 해소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콘서트 인터미션 시간에 햇살을 맡기 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많은 커플들이 손을 잡고 껴안고 웃고 있었다. 마치 공연 전에도 이렇게 다정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인터미션 전 무대에 오른 가수가 힘들 때 같이 힘들어 하기를. 여전히 서로 사랑하기를 이란 메시지를 담아 말하고 노래를 한 이후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미처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한 감정들을 조우하니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의 일상의 권태롭고도 위험한 전투를 함께 해주는 사람임을. 그리고 콘서트에 같이 오자고 해줌으로써 같이 행복하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짐짓 인식하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공연이 시작되고 두 번째 무대에 오른 가수는 전율이 느낄 정도의 발성과 호흡으로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말주변이 없다는 그가 노래로 채워버린 무대는 [혼신]으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았다. 그는 노래라는 본업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진심이었으며 모든 것을 무대에 쏟아내기 위하여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해왔다. 그래서 무대 조명과 밴드와의 교감, 그의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을 삭제시켰다. 


마지막은 그가 부른 노래에 담긴 노랫말이었다. 진한 우울이 묻어나는 노래에 관객들은 울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러했다. 마치 노래하는 이와 동일한 경험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가수는 지금 현재 우울하지 않다. 그는 사랑스러운 노래를 연달아 이어나갔고 집에 갈 때도 우리에게 안온히 가길 빌어주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4년 전의 가사가 왜 오늘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그때의 감정과 고민을 누군가는 기록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그 기록을 가지고 노래를 하고 춤으로 만들어 내고 영화로 책으로 만들어낸다. 


그렇다. 시차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현재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상대에게 진심을 다해 대화를 시도할 것. 그리고 일어나는 일과 감정을 관찰할 것. 그리고 기록할 것이었다. 이렇게 사는 이는 결국 시간을 이기고 자신을 이기고 상대를 이긴다. 그리고 훗날 오늘의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를 이겨내게 한다. 


이러한 큰 울림을 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다. 빌보드에 오른 가수가 아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다. 나도 허물어져가는 일상에 지지 않고 글을 써야 했다. 권태와 고통과 자극이 스치는 일상에 허물어지지 않기를. 길들여지지 않기를. 그래서 여전히 새롭고 쓰고 있기를. 시간을 넘어 닿기를. 



추천곡 : 김필_변명.

작가의 이전글 멈추지 않는 시간, 깊어지는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