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_원한경의 답장
소설연재_미국에 오는 게 어떠하오
홍진에게
홍진, 당신에게 답장을 쓰는 일은 나를 머뭇거리게 하였소. 당신은 나의 아버지와 아버지가 사랑한 나라 조선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오.
홍진,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뵙지 못한 이유는 단지 그가 바빠서만은 아니요. 아버지는 조선의 선교사가 된 이후부터 끊임없이 바빴소. 고아원을 세운 후 나이 제한으로 한 번 거절한 당신이 아사직전이란 소식을 듣고 강원도로 찾아가는 양반이니 말 다했소.
그 후 한영사전을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미국에 틈틈이 건너와 조선의 실정을 알리는 것으론 모자랐나 보오. 조선 총독부가 일본어로 학문을 가르치지 않으면 교육을 금한다 하니 예순의 나이에 동경으로 유학을 갔소.
아마 그때였을거요. 홍진,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영영 보지 못한 순간 말이오. 일본어를 채 배우지도 못한 채 아버지는 고열에 시달렸소. 그때가 돼서야 나는 오랜만에 아버지를 조선에 보낸 나라 미국에서 아버지와 마주할 수 있었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애틀랜틱이란 도시에서 별이 되었소. 장례가 마친 후 나는 몹시 궁금해졌소. 아버지는 왜 그렇게까지 조선에 집착하고 사랑했는지 말이오. 그래서 나는 조선에 다시 가서 알아보고 느껴보려고 하오. 그리고 아버지가 완성하지 못한 일을 이어서 해보다 보면 가늠할 수 있지 않겠소.
홍진, 그대는 미국에 오는 것이 어떻겠소. 아버지는 유언장에 우리 가족이 아닌 한 명의 조선인의 이름을 상단에 적었소.
김홍진.
그의 앞으로 500불과 지미코퍼레이션 주식 5주를 남긴다고 말이오. 처음에 유언장을 읽었을 땐 서운하기도 당신에게 숨길까 하는 마음도 이내 들었소. 어린 나이에 본인 자식보다 웬 조선인을 가장 사랑한 것 같으니 말이오. 그러나 당신의 편지를 보니 이제 납득이 될 것 같소.
아버지의 일, 당신 그리고 내가 다시 조선에 가는 일. 모든 것은 운명적 흐름 앞에 있는 일이란 것을 말이오.
아버지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불렀던 이름은 정희와 홍진이었소. 그들이 조선이라며 말이오.
편지를 읽어보니 정희란 여성은 봄날의 꽃같이 갔나 보오. 여인을 다시 만날 날 그리고 여인이 추구했던 가치를 이곳에서 도모해 보는 것은 어떠하오.
당신의 나라를 짓누른 세력을 이기려면 그보다 한참 앞선 경험이 필요하지 않겠소. 편지와 함께 소정의 돈과 사람을 보내오. 당신이 승낙하면 그가 당신을 이곳에 데려다줄 것이오.
우리는 목적지가 반대라 또 만날 수 있을지 확답하지 못하나 언제나 당신의 행운을 빌겠소.
발신, 원한경 sincerely. Horace Horton Under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