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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Mar 16. 2023

When I move 2

에세이

열차에서 잠시 내린 우리.

그는 내게 지금이 몇 시냐고 물었다. 나는 이제 곧 밤이고, 떠날 시간이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환하고 밝은 밤을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며 시간을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은 우린 같은 공간에서도 화면이 두 개로 분할되어 있었다. 내가 서있는 쪽은 뜨겁도록 표현한 열기가 빨갛게 식어 까매진 밤이었고 그가 서있는 곳은 그제야 해가 떠오른 절정에 이르고 싶은 낮이었다.



오랫동안 진실한 시간을 살아낸 나의 밤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어 그를 남겨두고 열차에 올랐다.



목적지가 같은 열차가 있었다.


하나는 나의 열차 다른 하나는 그녀의 열차. 그녀는 문득 목적지가 같으면 하나의 열차만 그곳에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목적지가 같아도 모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방법은 많을 거라고 답했다.


그러나 사고다발구간에서 그녀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내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고 구간이 나타날 때마다 반복했다. 도저히 멈추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내 열차는 생채기가 꽤 났다.


목적지에 가지 못한 것은 결국 그녀의 열차였다. 이유는 목적지가 같은 열차가 둘이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열차 자체결함 또는 해당역이 그녀의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켰기 때문이었다.



그 후 언제 그녀의 열차를 다시 만난 날. 그녀는 무언의 사과의 표시로 경적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냈으나 나는 웃어주었을 뿐 그녀의 신호를 받진 않았다.


마지막 역이 아닐 거야.

초름한 경유지일 뿐이라며 당신의 종착지가 아님을 알렸으나 그저 진하고 예쁜 꽃 한 송이를 던져주고 떠나거나 정중히 내려놓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삶과 선택하지 않은 출발점이 거칠었던 레이스를 달려감에도. 그래서인지 꽃 한 송이는 한 송이의 역할을 정확히 해내었다.


나의 행복과 어떤 이의 불행은 종종 같은 지점에서 지나친다. 어떤 이의 행복과 나의 불행도 여전히 같은 지점에서 엇갈린다.


나의 두 번째 move, 열차 그리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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