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시집-정호승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에 대한 답장
나는 이제
너를 벗어나겠다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더는 말하지 않겠다
손을 잃고
표정을 잊은 그녀가
작은 손길에
고맙다 말하던 마음에서
배우겠다
사람들이 멋대로
슬픔이라 부르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살아 있음 하나로
내 자신을 밝히겠다
나는 이제
당신의 그림자로 살지 않겠다
불꽃처럼 사라지는 기쁨이 아니라
당신이 지배한 삶 속에서도
문득 문득 찾아가겠다
아이가 던진 작은 눈덩이가
이미 살아낸 이들이 쌓아올린 장벽에
부서지는 모습을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다
나는
따사로운 햇살이 되어
당신이 남기고 간 구멍들을
하나씩 찾아가겠다
좌절을 배워야만
어른이 된다 말하지 않겠다
그러니 슬픔이여
오래 머무르지 말아라
나는 더 이상 견디지 않고
사람들 곁으로 가
기다림의 시간을 짧게 하겠다
그들의 발걸음에
조용히 스며들어
나로서도 충분하다 말하는
세상을 이루겠다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에서 슬픔이 기쁨에게 약자를 향한 태도를 말해주는 장면이 있다
이 시를 읽고 나의 생각으로 풀어본 답장 시는 위와 같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서
진정한 슬픔은 자기 자신이 기쁨을 온전히 충분히 느껴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타인을 향하여 전할 온기조차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오랜만에 시를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