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편
- 혜화동(혹은 망우동) -
하지만 나는 내 길을 성실하게 걸어왔고
그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 헤르만 헤세 「내 젊음의 초상」중.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오후. '어디야, 집, 나와.' 세 마디면 언제든 만날 수 있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누가 용돈을 받았네, 하면 그 날은 떡볶이 먹을 걱정 없어졌고, 누구네 집이 비었네, 하면 그 날은 어디서 놀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었지요.
코흘리개 찔찔이들이 회사원이 되고, 연극배우가 되고, 군인이 되고 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한 고시생이 되기까지, 각자의 삶이 너무 커져버렸을까요.
그들과 나의 시간은 어느덧 강산을 두 번이나 변하게 했고, 이제는 '어디야, 나와.' 정도의 말로는 쉬이 만날 수가 없더랍니다.
심지어 어제는 그중 한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들의 시간이 또 한 번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우리 중 가장 먼저 다음 장을 읽어내릴 그 친구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군요.
"네가 걷는 그 길의 걸음마다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