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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Mar 06. 2016

나는 당신을 가지고 있다

사랑 편

- 나는 당신을 가지고 있다 -


나쁜 운명 따위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을
너는 가지고 있느냐고 운명이 내게 묻는다.
그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 황경신, 「밤 열한 시」중.


어느 날은

차라리 세상이 무너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꿈으로 지어진 곳이어서

이내 그이가 깨어나 나 역시 사라지길 바랬던 날이 있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네 품으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네 품에 꼭 안겨

내가 또 무서운 상상을 했다며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너는, 나를 더 부드럽게 품어주었다

괜찮다며 머리를 톡톡 쓰다듬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던 네 향기를 잔뜩 묻혀주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그날, 마침내,

나를 네게 맡기고 싶어 졌다


매 번 세상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너는 기다려 주었으니까

너만이 지을 수 있는 온화한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어 주었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다시 설 수 있었다

비록 넘어졌지만

너로 하여 다시 설 수 있었다.


너와 함께하는 내일

오직 그곳에서의 찬란한 시간만을 꿈꾸리라

언제고 다시 일어나

네가 기다리는 내일로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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