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편
- 나는 당신을 가지고 있다 -
나쁜 운명 따위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을
너는 가지고 있느냐고 운명이 내게 묻는다.
그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 황경신, 「밤 열한 시」중.
어느 날은
차라리 세상이 무너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꿈으로 지어진 곳이어서
이내 그이가 깨어나 나 역시 사라지길 바랬던 날이 있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네 품으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네 품에 꼭 안겨
내가 또 무서운 상상을 했다며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너는, 나를 더 부드럽게 품어주었다
괜찮다며 머리를 톡톡 쓰다듬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던 네 향기를 잔뜩 묻혀주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그날, 마침내,
나를 네게 맡기고 싶어 졌다
매 번 세상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너는 기다려 주었으니까
너만이 지을 수 있는 온화한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어 주었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다시 설 수 있었다
비록 넘어졌지만
너로 하여 다시 설 수 있었다.
너와 함께하는 내일
오직 그곳에서의 찬란한 시간만을 꿈꾸리라
언제고 다시 일어나
네가 기다리는 내일로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