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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Apr 18. 2016

유약한 행복에 대한 궁금증

이별 편

- 유약한 행복에 대한 궁금증 -


읽던 책을 펴자,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인생이란 그런 거다.
아무리 열심히 행복을 모아봤자
아무것도 아닌 듯 쓸려가 버린다.'

- 황경신, 「밤 열한 시」에 인용된, 주노 디아스의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일부를 발췌



그래, 네 말이 맞아.


여기저기서 행복을 몇 조각 주워 담아 며칠을 버텼는데도, 바람개비의 펄럭거림 한 번에 내 삶은 무너지고 있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나의 행복은 왜 이렇게 유약할까 궁금했지만 네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더 이상 그런 것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지. 나의 행복이 쉽게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인생이 모두 그런 것이니까.


대신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
네 말처럼 세상에 저주 따윈 없고 오직 삶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럽다면, 우리는 왜 고통과 울분만 가득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거야? 어떻게 모두들 그런 삶을 감내하며 살 수가 있는 거지?


향이 나는 초를 켜 주홍빛이 감도는 방 안에서 네 얘기를 듣고 보니 문득 궁금해져서 말이야.


어느 곳에서 내 말을 듣고 있다면 대답해줘.

내가 이 삶을 버텨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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