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편
- 커피에 반하다 -
(부제 : 짝사랑의 끝)
붉은 심장에 문신처럼 남은,
찢기고 긁힌 상처들을,
나 역시 가지고 있다고.
- 황경신, 「나는 토끼처럼 귀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중.
좋아했었다 그를.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좋아했었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던 다른 이에게 상처받은 그는 내게로 와 아픔을 호소했고, 온갖 불만과 투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깨를 두드려 준다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이를 함께 욕해준다거나 혹은 같이 밥을 먹어주는 일 정도였는데,
그래도 그때엔 그 정도의 것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고 표현이라 생각했었다.(나름 만족할 만한 사랑의 형태라 믿었던 적도 있었으니.)
어느 틈에 욕심이라는 것이 생겨, 고작 그 정도의 관계가 부서지기 전까지는.
덤덤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정확히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사랑,
당신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당신은 그 사람을 좋아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