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
- 겨우 한 걸음을 못 내딛는 -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맛이 나.
- 황경신, 「국경의 도서관」중.
그래, 생각해보면 너는 몇 번의 헤어짐 속에서 언제나 덤덤히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너를 다시 곁에 끌어다 놓은 것은 나의 두려움이었지, 너의 결정이 아니었으리라. 미안하다 수 없이 되뇌던 너는 안녕에 수긍하고, 갖은 악담과 분노를 쏟아내던 나는 안녕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
제 자리에서 용감하게 시간을 맞서는 네가 어찌나 부러운지, 그렇게 한 발씩 앞으로 걸어나가 희미해진 나를 만나게 될 네가 어찌나 부러웠는지. 아직까지 그 한 발을 떼지 못한 채 주저앉아 푸념을 써내린다.
내가 있는 곳에 기별 없이 다가와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을 내 마음에
네 손 한 번 짚어주련
꼭 한 번 내게 다가와 손을 한 번 짚어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