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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Jun 15. 2016

같이 쉬자

이별 편

같이 쉬자


미안하지만, 그렇게 '잘 만들어진' 사랑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사랑이란, 그렇게 제대로 될 리가 없거든요. 아시겠어요?
- 황경신, 「국경의 도서관」중.


몸을 엎드린 자세에서 팔꿈치부터 손바닥까지를 땅에 맞대고 몸의 무게를 버텨내는 운동이 있어.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겨 버티고 있자면, 고작 일 분을 보냈을 뿐인데도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려와.


그런데 이 '고작 일 분'이라는 말이 엄청 기분이 나쁜 거야. 나는 고작 이 정도의 시간도 버틸 수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참는 거지. 온몸이 떨리고 어깨는 아프고,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어 편해지고 싶은데도, 차마 '고작 일 분'에게 지고 싶지가 않아서 기어이 기어이 참는 거야.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힘든 정도에서 모른 척 쉬어버리면 참 좋을 텐데.


그런데 이게 또 참다 보면, 참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참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뱃살이 쏙 들어간다나 뭐라나. 사실 나는 더 오래 참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말야. 이쯤에서 쉬어도 좋으니, 괜히 이를 바득 거리면서 참고 싶지가 않은 거야.


'고작 일 분'까지는 버티고 싶지만, 그것보다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자신도 없고. 그러니 얼른 와서 이제 됐다고, 고생했으니 그쯤 하고 쉬어도 좋다고 말해줘. 그러면 나도 한결 편해진 얼굴로 대답할 거야. 같이 쉬자. 이제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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